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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청와대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우리는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될 때가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달 15일 포항 지진 때 곧바로 수능연기를 제안했고, 정부는 엿새 만에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였다. 28일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는 국무위원과 여당 지도부, 청와대 참모들에게 혁신성장에 대하여 구체적인 사업을 통해 성과로 보여줄 것을 주문하였다. 29일 북한의 화성 15호 장거리 미사일 발사 2분 만에 보고를 받아 6분만의 대응사격이 가능하게 했다. 1일 국제기능올림픽 대표선수단 환영 오찬 때 동석한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현장실습제도의 실질적 개선’을 주문하였고, 정부는 곧바로 내년부터 고교생의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폐지하기로 하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3일 벌어진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건에서 문 대통령은 사고 49분 만에 직접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찾아 관계기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필요한 지시를 하였다. 그런데 너무 많은 것을 대통령의 직접적인 업무와 책임으로 생각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완화하자는 분권형 개헌 주장과는 모순된다. 물론 모든 경우 대통령이 먼저 결정하고 지시하지는 않겠지만, 이전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도 공식적인 정부각료 보다는 비공식적인 청와대 조직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나 장관들보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을 중심으로 한 비서조직이 더 편할 수는 있다. 하지만 최근 외교문제나 경제문제 등 중요한 결정은 청와대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며, 장관들이 소관 사무에서 소외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우려스럽다.



청와대와 국회 등 국가기관은 각자 주어진 기능을 담당해야

국가의 중요문제를 결정할 때 대통령과 국회 중 어느 기관이 더 효율적일까? 대통령은 신속히 결정할 수 있는 반면, 국회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표출함으로써 문제의 장단점과 본질을 드러내기에 적합하다. 우리 헌법이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점을 고려하여 대통령과 국회에 적절히 기능을 배분한 것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결정하더라도 좀 더 공개적인 정부조직을 통하여 하되 청와대 조직은 원래의 의미대로 조언자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 좋겠다. 한편 국회에서는 내년 예산안에 대한 여야 합의 실패로 법정시한인 2일을 넘겼다.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 중 가장 큰 쟁점은 공무원 증원 예산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 예산이다. 이것들은 대선공약이기는 하지만 청와대 독단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당장 대통령 임기 내 5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인 예산 부담과 청년실업 등 관련 문제들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폭넓은 논의와 여론수렴을 거쳐야 할 것들이다. 이런 예산들은 미래세대에 대한 빚이므로 더욱 신중해야 한다. 정부와 청와대가 국회와의 협의 없이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특히 여소야대 상황이므로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이 필수적이다. 야당도 일정부분 국민들을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되 가능한 공개적으로

요즘 청와대 홈피의 ‘국민청원’을 통하여 많은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것은 ‘조두순 출소 반대’로 55만 명 이상이며, ‘낙태죄 폐지’의 경우도 23만 명이 넘는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청와대가 직접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낙태죄 청원에 대하여 조국 민정수석은 실태조사를 약속했는데, 심판이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와 법률개정을 논의할 국회에 이 문제를 넘긴다는 약속을 했어야 했다. 또 20만 명 이상이 JSA 북한 병사 귀순과 관련하여 중증외상 치료 분야에 대한 지원을 촉구했는데 이 경우도 예산의 뒷받침이 필요하므로 대통령과 국회가 협의하여 해결할 문제다.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디에 어떤 요구를 해야 하는지는 한 번쯤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이른바 ‘떼법’이라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은 청와대의 업무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국가기관들이 서로 자신의 업무를 잘 파악하고 협력하여 처리하되 소관 부서에 넘길 것은 넘겨야 한다. 요즘 청와대든 국회든 법원이든, ‘절제가 미덕’인 경우가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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