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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국민의당 사태와 정치판도

 

지난 주말 개최됐던 ‘김대중 마라톤 대회’는 지금 국민의당 상황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대회에 참가했던 안철수 대표는 “안철수 물러가라”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반면 박지원 전 대표는 안철수 대표 지지자로부터 달걀 세례를 받아야 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지금 국민의당이 거의 둘로 쪼개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의 직접적인 계기는 안철수 대표의 최측근 중의 한사람인 박주원 전 최고위원이 ‘김대중 비자금’ 허위 폭로에 직접적으로 관련됐다는 의혹 보도 때문이다. 이 보도로 안철수 대표가 이끌고 있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논의는 물거품이 될 처지에 몰렸다. 당내에 안철수 대표에게 비교적 호의적이었던 호남쪽 인사들이 더 이상 안철수 대표를 지지하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남 지역구 의원 전원이 안철수 대표의 통합논의를 반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중진급 이상의 호남 출신 의원들이 주로 안 대표의 행보에 적극적으로 반대했지만, 초재선 의원들의 경우 일부는 안철수 대표의 행보에 그다지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들이 이제는 안 대표로부터 등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일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이들 초재선 의원들은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기울게 될 경우, 다음 번 공천을 걱정할 처지에 있는 경우도 많아 안철수 대표의 정치 행보에 소극적 지지를 보내왔었는데, 이런 일이 터진 이후에는 안 대표를 지지했다가는 공천은 고사하고 당장 지역주민들로부터 뭇매를 맞게 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합당이나 통합 혹은 연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철수 대표를 ‘따르는’ 의원들의 숫자다. 하지만 이제 국민의당 내부에서 이런 의원들을 찾기 힘들게 됐으니, 바른정당이 안철수 대표의 말을 믿고 통합을 추진하기에는 상당히 힘들게 된 것이다. 즉, 안 대표의 말이 더 이상 호남이 주류인 국민의당에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안 대표의 당내 영향력은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곧 당 대표로서의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안 대표의 말을 믿기는 힘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호남 출신 중진 의원들이 안철수 대표를 더욱 흔들어 댈 것이다. 그리고 안 대표가 이런 위치에 처해졌다는 것은, 지금의 정치판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초래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먼저 바른정당을 생각해보자. 바른정당 역시 지금 국민의당 사태의 여파로 정치적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 즉, 국민의당과의 통합 혹은 연대를 논할 때만 하더라도, 자유한국당에게 자신들은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국민의당 통합파가 지금 저런 처지에 놓이게 됐으니, 이제 자유한국당의 적나라한 압력에 견딜 방어막이 사라진 셈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른바 ‘샛문’은 열려있다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더욱 거칠게 바른정당을 몰아붙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국민의당이 이런 수렁에 빠질수록 이득을 보는 측은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즉, 이번 예산안 처리에서 국민의당 스스로는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더불어민주당의 ‘도우미’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었기 때문에, 존재감이 오히려 상당부분 깎였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독자 노선을 걷는다는 이미지를 줬던 안철수 계가 이렇게 위축됐으니, 국민의당의 정치적 방향성은 더욱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쏠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서 혹자는,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통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통합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왜냐하면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에서, 국민의당이 야권에서 나름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단순히 의원 숫자만을 생각하면 합당이 좋겠지만, 국민의당에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실히 행사할 수 있다면, 국민의당이 야당으로 남아있는 것도 민주당의 입장에선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 국민의당 사태는 정치권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건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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