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아침시산책]개 같은 사랑

개 같은 사랑

/최광임

대로를 가로지르던 수캐 덤프트럭 밑에 섰다
휘청 앞발 꺾였다 일어서서 맞은편 내 자동차 쪽
앞서 건넌 암캐를 향하고 있다, 급정거하며
경적 울리다 유리창 밖에 개의 눈과 마주쳤다
저런 눈빛의 사내라면 나를 통째로 걸어도 좋으리라
거리의 차들 줄줄 밀리며 빵빵거리는데
죄라고는 사랑한 일밖에 없는 눈빛, 필사적이다
폭우의 들녘 묵묵히 견뎌 선 야생화거나
급물살 위 둥둥 떠내려가는 꽃잎 같은, 지금 네게
무서운 건 사랑인지 세상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간의 생을 더듬어 보아도 보지 못한 것 같은 눈
단 한 번 어렴풋이 닮은 눈빛 하나 있었는데
그만 나쁜 여자가 되기로 했다

그 밤, 젖무덤 출렁출렁한 암캐의 젖을 물리며
개 같은 사내의 여자를 오래도록 꿈꾸었다

 

감동이 크다. 이런 시 한편 쓰면 기분이 몇 년간 좋게 갈 것 같다. 수캐 한 마리로 시를 풀어내면서 사랑에 대한 갈증을 적나라하게 나타냈다. 사랑에 목마른 사내나 개나 여자나 바퀴 아래 수캐와 뭐가 다를 것인가. 사랑이 목숨보다 더 귀하다는 노래도 있지만 사랑에 목숨을 건 사랑의 진수를 이 시가 보여준다. 사랑에 목숨을 충분히 걸만한 가치가 있을까라는 반문 하지만 우리 생의 출발점도 사랑이었고 우리 삶도 사랑으로 점철되어 있다. 발정난 암캐 한 마리 때문에 근동의 수캐 다 모여들어 숲에서 흘레붙던 광경이 눈앞에 선하다. 본능이어도 사랑은 사랑일 수밖에 없고 그 개의 사랑만큼 사람도 개 같은 사랑이라도 목숨을 걸어놓고 하면 좋겠다. 한번 읽으면 다시 읽고 싶은 중독성 강하게 내게 육화되어 오는 이 시가 좋다. /김왕노 시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