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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2017년, ‘모든 날이 좋았다’

 

드라마 ‘도깨비’ 속의 명대사인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는 2017년 유행어가 되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이다. 또 다른 2017년 한 해의 유행어 중에 하나는 ‘꽃길만 걸어라’는 것이 있다. 무거운 짐 지고 가고 있는 가시밭길인 인생에 있어 희망의 메시지만 보라는 것일 것이다. 모든 사물이라는 것은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관심을 갖는 것만 보이게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이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으면 다른 것이 별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인간은 원래 자신에게 유리한 것, 자신에게 닥친 것만 보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정작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기피하고 보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상대방에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을 정작 자신은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 한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세상은 정말이지 살만한 곳이다. 결국 살아가는 것은 스스로가 어떻게 하는냐에 달렸다고 생각을 한다.

요새 꿈속에 어릴 때 살던 사당동 산동네가 나타난다. 사당2동 산 15번지인 이곳은 남성시장이라는 곳이 있었고, 개척교회들도 몇 개가 있었다. 산동네에는 가끔 텔레비전에 나오는 단역배우도 살고 있었고, 그의 집 앞에는 그 당시에 드물었던 자가용도 집 앞에 늘 세워져 있었다. 대부분 이곳에 다른 이들은 다른 곳에서 무허가로 집을 짓고 살아가다가 재개발을 위한 철거를 하자 사당동으로 이사 온 이들이다.

가끔 야외에 천막극장이 들어섰다. 이 동네 사는 이들은 모두 이 천막극장이 설치되는 날을 기다렸다. 여기서 상영되는 야외 영화를 보고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평생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일을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오락이 거의 없었던 그 때 가끔 공터에서는 무료영화를 틀어주었다. 주로 ‘전설 따라 삼천리’같은 영화들이었지만 주민들의 권선징악에 대한 계몽을 하는 목적으로 보였다. 대부분이 권선계몽의 영화였지만, 그 때 그 자리에 있던 동네 주민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 영화가 대중들과 소통하는 그런 힘이 있다는 것을 어린 마음에 어렴풋이 알았다. 당시 본 ‘성난 송아지’의 소년의 배역을 맡았던 김용현씨를 그의 대학 후배로 만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의 ‘베니스의 상인’ 공연을 같이한 추억은 아직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일이 바로 영화와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 때부터 한 눈 팔지 않고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이 길을 걸어왔다.

지금 중년이 되어 생각해 보면, 감동의 세상을 만들어 지상 천국과 같이 바꾸어보겠다는 이상주의자인 돈키호테와 같은 만용이었다. 욕심만 컸지 능력이 부족한 점이 참으로 많았다.

신라 말 문장가 최치원(崔致遠)의 ‘추야우중(秋夜雨中)’ 시 중에, “가을바람에 오직 괴로이 읊나니 (秋風惟苦吟),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 적구나(世路少知音), 깊은 밤 창밖에는 비가 내리는데(窓外三更雨), 등불 앞 외로운 마음은 만 리를 달리네(燈前萬里心)”라고 하였다. 비오는 가을밤에 찾는 날 찾는 이 없음에 그 외로움을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가 적구나(世路少知音)’라고 자조를 했듯이 늘 이 세상은 늘 자아(自我)를 찾아가는 외로움의 연속이다.

불교에서는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것이 있다. 모든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라는 것이다. 이 일기일회는 열반하신 법정스님의 법문집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원래 일본의 다도(茶道)에서 차를 내는 주인과 손님에 있어서 그 순간이 일생의 단 한번뿐인 다회(茶會)라 생각하고 정성을 다하라는 의미이기도 한다.

단 한 번의 인생의 만남의 기회에서 상대방에게 모든 정성을 다해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다. 이렇듯 사소한 일에도 최선을 다한다면 이 세상은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은 날’로 보면, 그 외로움을 떨쳐 버리고 더 큰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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