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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노동시장의 이상과 현실

 

작년에 예기치 않았던 조기 대선을 치룬 후 해가 바뀌었다. 눈에 띄게 바뀐 분야는 노동시장이다. 시간당 6천470원이던 최저임금은 16.4%가 인상되어 7천530원이 되었다. 새 최저시급 적용이 열흘도 안 되었는데 곳곳에서 후폭풍이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대학가에선 청소노동자 등 비정규직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다. 고용이 유지되어도 근무시간 축소로 실제 급여는 나아진 게 없다는 곳도 많다. 음식값 등 생활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향상에 따른 경영난을 도와주려고 영세 사업장에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혜택을 받으려면 4대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보험료가 보전 받는 13만 원 이상이므로 보험도 들지 못한 진짜 영세한 사업장에는 소용이 없다고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인정했듯이 세금으로 임금을 보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동전이 떨어지면 곧바로 통화가 끊기는 공중전화로 비유되는 정책이다. 한편 정부는 주당 최대 근무 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하는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는 실제 받는 총 급여가 줄어든다고 걱정하고, 기업주는 전체 임금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를 걱정한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근로시간 단축과 여가시간의 확보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대선 공약들은 개별적으로는 이상적이지만 현실에 펼쳐놓으면 서로 충돌한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하고 좀 더 세밀한 분야별 대책이 필요하다.



각 경제 분야별로 세분화된 정책이 필요

고용불안은 곧 비정규직 문제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654만2천명으로 1년 전보다 9만8천명 증가했다. 전체 근로자 1천988만3천명 가운데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2.9%로 2012년 8월 조사에서 33.3%를 기록한 후 최근 5년 내 가장 높아졌다. 비정규직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상당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채용을 줄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작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고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으로 인천공항공사를 찾았다. 이에 부응하여 인천공항공사가 대규모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였고, 중앙부처 가운데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행정안전부 소속 비정규직 3천76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다. 금융공기업들도 정규직화를 서두르고 있으며 일부 사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와 관련하여 기존 직원들과의 갈등은 피하기 어렵다. 인천공항공사도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 지도부가 불신임을 받고 사퇴했는데, 기존 직원들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나아가 정규직화가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과 마찬가지로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국민과 정부, 정치권 모두 장기적 안목으로 기다려야

일반적으로 정규직은 좋은 직장, 비정규직은 나쁜 직장이란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예컨대 판사는 정규직인가 비정규직인가? 헌법에 따르면 판사의 임기는 10년으로 평생고용이 보장되지 않는다. 대학의 교수도 정년보장 심사를 통과하기 전에는 몇 번 재임용을 받아야 한다. 요즘 어린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인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는 정규직은 아니다. 이런 정규직-비정규직의 이분법적 사고는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공공부문과 대기업 등 기존의 ‘철밥통’을 없앤다는 목표와는 상충된다.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어려우면 모든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하면 어떨까? 물론 정당한 경쟁과 정당한 대우가 전제된다면 말이다. 모든 사람이 고임금을 받으며 많은 여가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이상이고 목표일 뿐 당장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목표에 좀 더 다가가려면 정책의 유연화가 필요하다. 정규직 비정규직의 이분법이 아니라 수많은 단계의 현실을 고려한 맞춤형 기준과 정책이 요구된다. 정책의 전면적 변화는 자칫 모든 국민을 냉온탕을 오가는 ‘샤워실의 바보’로 만들 수 있다. 현실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로, 적어도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고 이를 실천해가는 것이 위정자의 지혜이고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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