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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던 고향과 50리 떨어진 곳 鄕愁로 채워 놓은 민속생활사박물관

 

경기도 초리골 ‘두루뫼 박물관’을 찾아서

경기도 장단군 장단면 동장리 주산동에 자리하고 있는 두루뫼 마을은 ‘산이 둘러 있다’(周山)는 이름처럼 푸른 나무와 맑은 공기, 마을사람들의 정겨운 웃음이 어우러진 따뜻한 마을이었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이곳은 비무장지대에 속하게 됐고 이제는 누구도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없게 됐다. 두루뫼 마을에서 남쪽으로 50여리 남짓 떨어진 파주시 법원읍 초리골. 그 곳에는 두루뫼 마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던 강위수 선생이 지은 두루뫼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두루뫼마을을 재현해 놓은 듯 산에 둘러쌓여 있는 박물관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설립자의 마음이 담겨있는 듯 하다. 지나는 겨울을 아쉬워 하듯 한파가 몰아쳤던 2월 초순, 두루뫼박물관 앞마당에 켜켜이 진열된 장독대는 지난밤 내린 눈이 하얗게 쌓인채 정겨운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고 있었다.

두루뫼마을, 비무장지대로 속해
영화감독·소설가 강위수 선생
초리골 산자락에 박물관 지어

도자기·농기구·LP판 등 수집
민속생활용품 6천여점 전시

교육적으로 유익한 전시도 기획
道박물관인상 큐레이터상 수상

 

 

 

 


1998년 11월 7일 개관한 두루뫼 박물관은 파주시에서 처음 문을 연 사립박물관이다.

현대화 물결에 밀려 조상들이 사용했던 생활용품들이 사라져 가는 것을 아타까워한 설립자 강위수, 관장 김애영 선생은 사십여 년간 모은 민속생활용품 6천점을 이곳에 전시하고 있다.

도자기, 농기구, 타자기, 레코드판 등 삼국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시대를 아우른 손때 묻은 전시물들은 관람객을 그 시대로 안내한다.

상설전시실은 총 5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1전시실은 토기와 도자기에서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도자문화 발달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삼국시대의 적색토기부터 백제, 신라, 가야의 회색토기, 고려의 청자, 조선의 분청사기, 백자 등 다양한 도자기를 전시하고 있다.
 

 

 

 


3전시실로 통하는 복도도 놓치지 않고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2전시실에는 우리나라 전통 연희인 꼭두각시 놀음과 탈놀이에 사용하는 물건들을 살펴볼 수 있다.

꼭두각시, 박첨지, 홍동지 등 꼭두각시 놀이에 사용하는 인형과 지역별 탈을 비롯해 설립자가 전세계에서 모은 탈을 소개한다.

이어서 우리 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던 규방용구, 계량용구, 목공용구, 직조용구, 조명용구, 각종 신발 등의 의식주 생활용품은 3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했던 설립자가 모아둔 1970년대 전후 영화대본, 영사기도 추억을 자극한다.

근현대생활을 주제로 한 4전시실에는 영상문화 관련전시물과 음반, 타자기, 재봉틀 등을 전시하며 특히 이 곳에서는 오래된 LP플레이어를 통해 전해지는 추억의 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농기구와 축산용구도 5전시실에서 소개한다. 낫, 호미, 지게, 홀태 등 농사에 쓰였던 다양한 기구들로 채워진 공간은 시골생활이 낯선 관람객들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5전시실을 나서면 실제 대장간과 헛간을 야외에 마련해 각각의 기구들이 어떻게 쓰였는지 살펴볼 수 있다.

6,000㎡(1,815평) 규모의 두루뫼 박물관은 야외 공간도 훌륭하게 활용하고 있다.

장승과 솟대, 방앗간, 대장간, 헛간, 너와집, 원두막, 장독대 등을 복원해 우리의 옛 생활모습을 살펴볼 수 있게 꾸몄으며 특히 야외 전시장 한켠에 마련된 옛날 작두 펌프가 정겨운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땅속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용했던 이 펌프는 상하로 열심히 펌프질을 해야 물을 얻을 수 있었던 추억의 도구다.

마치 놀이를 하듯 신나게 펌프질을 하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두루뫼 박물관에만 볼 수 있는 흥미로운 풍경이다.
 

 

 

 


국내 사립박물관 1세대인 두루뫼박물관은 교육적 역할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문화 향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경기도지사표창을 비롯해 2013년에는 경기도박물관협회 경기도박물관인상 대상, 2014년 한국박물관협회 자랑스런 박물관인상, 2018년에는 문화체육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교육적으로 유익한 다양한 전시도 기획, 2014년에는 경기도박물관협회가 주관한 제10회 경기도박물관인상 큐레이터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글자가 적힌 책·옷·비석을 모은 ‘글자들의 세상’(2011)을 비롯해 담거나 나르는데 사용했던 용구들의 변천사를 소개하는 ‘담거나 나르거나’(2013), 나무로 만든 각종 생활용품을 통해 나무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자 기획한 ‘나무는 우리에게’ 전시 등을 개최했으며 오는 3월 30일까지는 ‘내 안에 다있다’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인에게 필수인 스마트폰 안에 있는 다양한 기능을 현실로 꺼내놓은 전시는 타자기를 비롯해 카세트 플레이어, 게임기, 알람시계, 종이 사전 등의 소품을 통해 아날로그 시대의 향수를 자극한다.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031-958-6101)
 

 

 

 


“수저부터 초가집 문짝까지 들고온 남편에 뭐라했죠”

사소하지만 큰 가치 알고부터 이해

“민속문화재 복원에 집중해 운영”

김 영 애 두루뫼 박물관장


“현재의 발전이 있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알아야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것들을 모아놓은 두루뫼박물관의 역할에 대해 김영애 관장은 이같이 설명했다.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영화촬영을 위해 농촌을 찾은 박물관 설립자 강의수 씨는 생활에 쓰였던 도구와 집들이 버려지고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고 이것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시골집에서 쓰던 수저부터 무너진 초가집에서 구해온 문짝까지 대책없이 물건들을 집으로 가져오는 남편이 처음엔 이해가 안됐죠. 그러나 사소하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남편의 수집을 반대하지 않았고, 박물관 관장까지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40년간 수집한 생활용품은 6천점에 달한다. 카세트 테이프, 양은도시락, 영수증 등 시간이 흐르면서 쓰임이 다한 모든 물건을 모았다. 특히 물·술·간장·오줌 등을 담는데 썼던 장군도 10여개가 넘개 보유하고 있다.

농경사회였던 과거에 많이 쓰였지만 지금은 보기 어려운, 의미있는 도구다.

김 관장은 “생활용품들은 보편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역사유물로서 가치를 소홀히 했고, 훼손과 유실이 심화돼 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두루뫼 박물관은 장독대, 토담, 사립문, 터주가리, 서낭당, 솟대, 원두막 등 민속문화재 복원에 집중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른 자연과 어우러진 원두막과 장독대는 시골 할머니댁에 온 듯 푸근한 느낌을 줄 뿐 아니라 녹슬고 손때 묻은 전시품들은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

김영애 관장은 “두루뫼박물관에서 아이들은 과거의 모습을 배우고, 어른들은 기억 저편의 편린으로만 남아있던 고향에서의 추억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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