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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뼈가 단단하여 부딪치는 물체는 모두 깨어지고, 이빨도 강하여 조개껍질을 부술 수 있으며, 낚시를 물어도 곧잘 바늘을 부러뜨린다. 살코기는 탄력이 있고 맛이 좋다. 특히 3월, 그 맛의 절정을 이룬다.” 자산어보에 기록되어 있는 ‘도미’ 설명이다. 어디 ‘입맛’ 뿐인가. 바다낚시 꾼들은 ‘손맛’도 최고로 친다. 워낙 힘이좋아 건져 올리는 느낌이 일품 이어서다.

참돔은 도미중에서 최고라는 의미에서 ‘참’자가 붙었다. 균형 잡힌 몸매는 전체적으로 고운 빛깔의 담홍색을 띠어 ‘바다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어두육미(魚頭肉尾)란 말도 참돔 머리 부분의 맛이 뛰어난 데서 유래했다는 속설도 있다. 도미는 살색이 희고 육질이 연하여 뛰어난 횟감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그 맛이 좋기 때문에 옛날부터 도미면 등 각종 음식으로 만들어 먹었다. 특히 봄 도미는 유난히 기름지고 맛이 있다. 탕을 끓이면서 기름을 걷어내도 끝도 없이 계속 나온다. 살집이 두꺼운 봄철 도미는 살 속의 지방질 때문에 칼이 잘 안 먹을 정도다. 껍질을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어도 맛이 그만이다

최고의 요리는 승기악탕(勝妓樂湯)이다. 규합총서에서는 각종 고명을 얹고 양념해 찐 도미찜을 승기악탕이라고 기록했다. 도미찜의 맛이 기생보다 낫다는 뜻이다. 맛이 얼마나 좋으면 이 같은 별칭을 붙였는지 선조들의 해학과 여유가 돋보인다. 반면 서양에서는 식문화의 차이로 별로 인기가 없다. 프랑스 사람들은 돔을 먹이나 축내는 물고기로 폄하해 ‘식충어’라 부른다. 영국인들은 유태인이나 먹는 ‘잡어’라 부르지만 모두 과거 얘기다.

보통 30∼40년을 사는 도미는 수명이 길어 부모님의 무병장수를 비는 잔치에는 반드시 오르는 물고기로도 유명하다. 그런가 하면 철저하게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일부종사 (一夫從事) 의 대명사로서 명성도 갖고 있다. 때문에 결혼 잔칫상에도 빠지지 않고 오른다. 사람들은 이러한 도미에게 ‘세상에서 가장 도덕적인 물고기’라는 애칭을 붙이기도 했다. 미투운동이 활발한 가운데 찾아온 도미의 계절.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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