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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근칼럼]들킨 죄인과 안 들킨 죄인

 

법원 하늘이 파랗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법정으로 옮기지만 그런 날을 보기는 흔치 않다. 예전엔 황사와 꽃가루가 봄이 왔음을 실감나게 했는데 미세먼지의 한반도 엄습으로 인해 예전의 개념들이 머쓱하게 되었다. 화려했고 짜릿했던 동계올림픽 용사들의 잔상은 아직 남아있지만 그 후속 화제로 뜬 남북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또 새로운 전직 대통령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 등 굵직한 화제거리는 TV 채널을 뉴스 쪽으로 가게 한다. 궁금증에 여기 저기 돌려봐도 남는 것은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한 법률적용은 어떻게 될까 하며 딱딱한 문제를 되새기게 되니 직업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과거의 가려진 문제들이 여러 분야에서 봇물 터지듯 드러나니 씁쓸함과 후련함, 연민, 안타까운 감정을 억누를 수 없다. 다양한 직업군에서 유명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법적 처벌이 가능한 사례와 처벌이 다소 어려운 경우로 양분 짓는 구상을 해 본다.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사건의 현장이나 그 직후 바로 신고했을 때 좀 더 철저한 수사를 할 수 있고 피해자의 진술에 바탕한 디테일한 시나리오를 설계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가해자측의 변명은 일고의 가치도 없을 정도로 치부된다. 하지만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였을 때에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양측 주장을 동등하게 바라보는 시각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CCTV나 메모 등 증거를 수집하려 하지만 시간이 너무 경과되어 찾기 어렵다. 한편 일반인은 언론 보도를 통해 얻는 정보만으로는 그 사건의 사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언론 입장에선 피해자측 주장을 자세히 알려야 박수를 받고 가해자측 변명을 두둔하다가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

수사 현장과 법정에서는 늘 진실공방이 벌어진다. 연기도 잘 하는 데다가 자기 확신에 차 있어 겉모습만으로는 어느 쪽 말이 사실이고 어느 쪽 말이 거짓인지 판단 하기가 매우 어렵다.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해서 동시에 양쪽을 테스트 하지만 그 결과가 후일 정반대로 나왔다는 말도 듣는다.

가끔씩 사건의 내막은 우연한 기회에 밝혀지기도 한다. 거액 현상금이 걸린 범인이 목격자에게 신고되어 체포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곳에 CCTV가 있어 사건현장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방송국에 전달돼 망신을 당하는 일도 생긴다. 무심코 주고받은 문자나 카톡, SNS에 올린 글이 후일 본인을 옥죄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이혼 소송을 대리하다 보면 어찌 그렇게 서로 상대방의 사생활에 관한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는지 놀랄 때도 있다. 이와 같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특정인을 지정하고 그 사람의 일상을 추적하면 어떤 결과가 날까.

성경에서 예수는 죄 없는 자 이 여인을 돌로 치라 하였다. 돌을 들고 있던 무리들은 한 명씩 그 자리에 돌을 내려두고 현장을 떠났다. 그 누구는 말하기를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죄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돌을 던질 것이라 했다. 아마 그때는 구형 2G폰을 쓰던 시대였으리라. 누구든지 위법 행위의 발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 환경이 되었다. 과속이나 신호위반을 하면 카메라에 찍히고 통화 내용은 상대방이 다 녹음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완전 범죄를 했다고 안심하는 범인이 꼼짝 못할 증거를 보고 잘못을 실토하는 장면을 본다. 특정 기업의 실소유주를 놓고 수사기관, 언론과 줄다리기 하던 그분이 곧 법정에 서게 될텐데 이렇게까지 된 배경에는 측근 인사들의 실토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이제까지 안 들킨 사람이지만 가까운 미래 아니면 언젠가는 들킬 사람이다. 들킬 만한 내용이 무엇이냐가 문제일 뿐이다.

김영란법은 인간관계나 감정을 원칙이나 기준보다 우선시 하던 과거의 관행을 바꾸어 놓았다. 두 전직 대통령령을 법정에 세우게 만든 도화선이 된 태블릿PC 수첩 측근들의 실토. 남녀 두 사람만의 은밀한 공간에서 행해지는 일이니 세상은 모를 거라는 확신 속에 살아왔던 어둠 속 과거.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한 부정행위.

2018년 3월을 지나면서 또 한번 세상은 변화될 수 있다. 직전 대통령과 또 그 이전 대통령이 재임 중의 부정행위로 구속되어 재판받는 모습을 보며. 유명인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몰락하고 세상 속에 잊혀지는 모습을 보며. 어제까지의 나는 부끄러운 과거 속 모습이었지만 앞으로의 나는 자신에게 진실한 모습으로 살아가자는 깨우침과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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