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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칼럼]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랑, ‘경청’

 

어느 날 제게 상담을 요청한다며 한 어머니가 연구소로 찾아왔습니다. 일곱 살 딸아이를 둔 어머니였습니다.

“박사님, 저는 하루하루가 지옥같아요. 제가 무슨 말만 하면 저희 애는 듣기 싫어! 말하지 마! 라며 악을 쓰듯 소리를 질러요. 심할 때는 저를 때리기까지 해요. 병원에 서 아이랑 같이 진단을 받았는데, 우리 애가 소아우울증에 걸렸다는 거예요! 죽을 만큼 힘든 건 나고! 우울증에 걸릴 만한 사람은 난데! 왜 애가 소아우울증이냐고요!”

상담을 할수록 그녀에게서 끝없는 분노와 억울함을 느꼈습니다.

“어머님이 지금 너무 지쳐있으시고, 원인을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상처도 있으신 것 같아요. 당분간 제 강의에 참석하시면서 마음을 좀 회복하시는 건 어떠세요? 그 다음에 해결방법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며칠 후 저는 ‘경청의 성품’을 주제로 학부모들 앞에서 강연을 진행했습니다.

강연이 끝나갈 때 저는 청중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엄마 뱃속의 태아가 클래식에 반응해 노래하듯 입을 움직이고 춤 추듯 팔과 머리를 움직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습니다.

“여러분, 뱃속에서 춤추는 태아의 모습이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유럽 연구진이 초음파로 백 명이 넘는 임산부의 뱃속을 찍었더니, 태아들도 음악에 맞춰 움직이더랍니다. 임신 5개월부터 태아들이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다 듣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지요.”

그런데 그때!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어머님의 울음소리였습니다. 저와 청중들은 어머님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좀 진정이 된 후에 어머님께 왜 우셨는지 조심스럽게 여쭤보았습니다.

“저는 아이가 배 안에서 제 말을 듣고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아이를 원망하며 지워버리려고 몇 번이나 다짐했었는데… 그 모든 것을 아이가 듣고 있을 줄 몰랐어요.”

어머님은 자신이 왜 아이를 지우려고 했는지도 이야기했습니다. 결혼 초기에 생긴 결혼생활의 극심한 어려움 때문에 이혼을 결심했는데, 그때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결국에는 아이를 지우기로 하고 수술대에 5번이나 올라갔지만 너무 겁이 나서 4번을 실패하고, 마지막으로 시도했을 때는 ‘아이가 너무 커버려서 수술할 수 없다’는 말에 할 수 없이 아이를 낳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힘들게 아이를 낳았는데, 얘가 제 눈을 안 쳐다보고, 말을 죽어라 안 듣고, 소리만 지르는 거예요. 대체 왜 그러는지 몰랐어요. 그런데 애가 배 안에서부터 내가 하는 모든 말을 들었다면 얼마나 충격적이고 슬펐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 생각에 눈물이 났어요.”

“그러면 어머님, 옆에 있는 아이에게 사과하시겠어요? 엄마가 너를 임신했을 때 너무 힘들고, 슬픈 상태였다고 그리고 네가 뱃속에서 엄마 말을 듣고 있는 줄 몰랐다고, 정말 미안하고, 엄마를 용서해 달라고 말씀해 보세요.”

어머님은 아이를 꽉 끌어안으며 진심을 담아 아이에게 사과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도 엉엉 울며 엄마의 목을 꽉 끌어안았습니다. 모든 것을 용서한다는 의미의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포옹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엄마의 모든 것을 경청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 아이가 딴청을 피우며 전혀 경청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엄마의 인정과 사랑에는 언제나 귀를 쫑긋 세우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청이란,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잘 집중하여 들어 상대방이 얼마나 소중한지 인정해 주는 것’(좋은나무성품학교 정의)입니다. 경청의 성품으로, 우리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지 인정해 주세요. 그 사랑에 아이도 응답할 것입니다.

경청의 성품을 키우는 비결은 첫째, 눈으로 바라보며 경청하세요. 경청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눈을 맞추며 듣는 것입니다. 경청은 온 몸으로 보여주는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말보다 마음으로 경청하세요. 경청은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보다 마음으로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말속에 ‘숨겨진 욕구’가 무엇인지 잘 찾아 보세요. 아이의 마음이 보일 것입니다.

셋째,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하는 태도로 경청하세요. 경청은 상대방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좋은 성품’입니다. 고개를 끄덕여 ‘너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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