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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2천205m의 만탑산을 비롯해 기운봉, 학무산, 연두봉 등 해발 1천m 이상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주변엔 남대천과 장흥천이 휘돌아 나가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豊溪里). 좋은 풍경이 어우러진 것처럼 지명 또한 참 좋은 곳이란 걸 알 수 있다. 풍요로운 땅에 맑은 계곡이 흐르는 마을이라는 뜻이니 말이다. 풍계리가 속해있는 길주군(吉州郡) 또한 ‘살기 좋은 고을’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 더욱 그렇다. 역사적으론 1107년 고려 영토에 편입된 직후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옛날부터 땅 기운은 좋았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과거 송이버섯 산지로도 유명했던 풍계리. 하지만 북한이 만탑산에 주요 핵 시설을 배치하고 지하에 갱도를 뚫어 핵실험을 하면서 전 세계에 공포와 죽음의 지역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곳에서 실시한 핵실험만 모두 6차례.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차(2009년 5월 25일), 3차(2013년 2월 12일), 4차(2016년 1월 6일), 5차(2016년 9월 9일), 6차(2017년 9월 3일) 실험을 감행하면서 그토록 아름다웠던 이 일대가 만신창이가 됐다.

특히 지하핵실험으로 인해 인공지진도 자주 발생 백두산 화산에 영향을 줄 가능성마저 있다는 분석이 나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실제 핵실험 이후 백두산의 크고 작은 지진이 스무 배나 늘고 화산가스 방출이 급증해 나무들이 말라죽는 지경에 이르렀다. 6차 핵실험 때는 200~300㎞ 밖의 중국 옌지(延吉)까지 지진파가 덮쳐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대피했을 정도였으니 풍계리의 피폐함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하기 충분하다. 그러나 더욱 심각했던 것은 주변이 이미 방사성 물질로 크게 오염됐을지 모른다는 것과 인근 주민들이 암, 심장병, 감각기관 이상, 다리 마비 등의 증상을 겪고 있다는 증언들이었다.

이름과 달리 참담한 운명에 처해 있는 풍계리. 그 원인을 제공한 핵 실험장을 북한이 어제(13일) “열흘 뒤 외국 취재진이 보는 가운데 공식 폭파 할 것”이라 발표했다. 부디 실행에 옮겨져 한반도평화를 위한 ‘첫 축포’로 삼았으면 좋겠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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