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다고
/김지율
헤드라이트 불빛이
달린다 시속 160킬로 빗속을
바퀴에서 튕겨나간 어둠속으로
라산스카, 라산스카
해안 끝까지 달린다
보이지 않는 지평선 위에
위험하게 걸쳐 있는 달
나는 눈을 감고
그래도 괜찮다고 정말 괜찮다고
라산스카, 라산스카
전속력으로 울었다는 것
- 김지율 시집 ‘내 이름은 구운몽’중에서
우리의 삶은 늘 쉬지 않고 달리고 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순간에는 속력을 느끼지 못하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본인이 달린 속도를 개략 산정할 수가 있다. 시속 160킬로의 속도는 무서운 속도이다. 그것도 빗속을 달리다니, 이 얼마나 위험한 행보인가. 지평선 위에 걸쳐 있는 달마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이 위험상태이지만 화자는 ‘라산스카’를 반복적으로 외친다. 그리고 ‘그래도 괜찮다고 정말 괜찮다고’ 를 주문처럼 외우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이는 어쩌면 그리움과 노스텔지어를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갑자기 LASHANSKA의 앤니로리가 듣고 싶은 시간이다. /정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