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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파랑주의보

파랑주의보

/전영관

묵호항 어판장 지붕이나 두드릴까 죽변항 가서

포장마차 천막 들추고 난바다 이야기나 출렁거릴까

바람은 뭍으로 돌아가야 할 길을 엎어버린다

바람과 파도의 가계도 위에서는

나도 당신도 허약한 승객이라서

도동항 어느 방에 보퉁이처럼 무릎 맞대고

식은 칼국수 같은 오후나 달그락거린다

낡은 이불을 몇 번 더 덮어야 할지

소용없는 가늠이나 한다

바람과 파도처럼 남남이었다가

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 사람이 되기까지

누구를 흔들고 하냥 기다리게 했는지

서로 시선을 섞으면서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되짚어 보느라 조용조용 황망한 오후

 

 

 

 

 

시 속에 등장하는 ‘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 사람’은 각별한 사람일 것이다. 전영관 시인이 병상에서 돌아와 쓴 시편들은 대부분 사랑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자신을 존재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는 믿음에서 연유하는 것 같다. ‘각기 다른 방향’은 서로 다른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남남’으로 함께 하면서도 서로를 존중하며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것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배려할 때 가능하다. ‘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 사람’은 절실한 사람이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 사이가 되기까지 서로 얼마나 파도처럼 출렁였을까. 엎치락뒤치락하는 감정을 추스르며 애타게 기다리고 난 다음에 이루어진 관계가 애틋하다. /박수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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