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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수련 물들다

 

 

 

수련 물들다

/유종인



연못에

수련이 뜬 지도 백일이 지나고 지났는데

그게 다

물로 불을 안치는 뜸

물에 익힌 수련잎 서늘한 불



손이 식어가는 내가

그대의 손등을 스칠 때

아 물의 구들장 아랫목에

시커멓게 떠오른 수련잎 한 장!

떠올렸네



물불이 갈마드는 마음도

거기 가만히

등 지지러 가리

 

 

 

 

노자의 도덕경에 ‘홀하고 황하구나! 그 안에 형상이 있다. 황하고 홀하구나! 그 안에 실정이 있다’(惚兮恍兮 其中有象 恍兮惚兮 其中有物)란 구절이 있다. 해를 해로 달을 달로만 보는 게 아니라 달을 해와의 관계 속에서 해를 달과의 관계 속에서 보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해와 달을 동시에 포착하는 능력, 이것이 바로 노자의 통찰이다. 유종인 시인은 수련에게서 물과 불의 상극적 요소를 초월한 상생적 요소를 함께 보아낸다, 수련이 피는 일은 물의 역할인 듯 하지만 불의 열망적 요소 아니면 결코 꽃 피울 수 없는 일일 터, 그대와의 관계도 그러하리니 물의 구들장 아랫목에는 수련잎 같은 그대와의 불로 익힌 관계의 순간이 있을 것이다. 물불이 갈마드는 마음으로 지지는 등짝에 피는 수련을 떠올린다. 무릇 사물의 본질에 다가서는 궁극을 생각하게 하는 시임에 틀림이 없다.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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