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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

/하린

이유를 물으려던 입을 다물었다



사진 속 네가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생각하다 나이 어린 상주를 보고 말았다



감당해야 할 절의 무게가 버거운데 상복은 무심하게 헐렁했다



젊은 미망인이 아이를 보며 한 번 더 울먹였을 때



네가 웃으면서 울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 시집 ‘서민생존헌장’ / 2015

장례식장은 의정부를 한참 지난 곳에 있었다. 물어물어 식장을 찾아내고 어두컴컴한 지하 속으로 들어갔다. 상주가 졸린 눈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몇 개의 수화로 안부를 물었다. 평생을 벙어리로 사신 까닭에 고인의 장례식장은 지나치리만큼 적막했다. 가끔 알아듣기 힘든 소리가 났지만 반찬 몇 개가 전부인 저녁상으로 묵묵히 고개를 돌렸다. 얼음처럼 식어버린 밥을 꾸역꾸역 씹었다. 시인도 그러했을 것이다. 울먹이는 젊은 미망인과 나이 어린 상주 앞에서 갑자기 감당하기 힘든 절의 무게를 느꼈을 것이다. 웃음과 울음이 뒤엉켜버린 사진 속의 고인을 지켜보면서 까닭 모를 분노마저 느꼈을 것이다. 매순간 죽음과 맞닿아 있는 생(生)의 치명적인 오류에 대해, 그리고 우리와 무관하게도 무한히 펼쳐져 있는 삶의 끈질긴 지속과 생명력에 대해.

/박성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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