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보내다
/김양희
한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대왕고래 한 마리 쑥 빠져나간
뱃가죽 허허롭게 움켜쥐는 일//
울산 바다 고래바다여행선 뱃전에 서서
바다 밑창 같은 그리움은 토해 버리고
폐부를 찌르는 구속의 그물은 놓아 버려라//
날카로운 포수의 작살 하나쯤이야
포경선 유유히 조롱하던 오래전 귀신고래 눈빛으로
마음을 포획하는 흔들림의 깃발은 찢어 버려라//
한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작살에 박혀버린 운명 같은 미련
한없이 바다에 풀어 놓는 일
- 김양희 시집 ‘서귀포 남주서점’ 중에서
시인은 한 사람과의 이별은 대왕고래 한 마리 빠져나가 뱃가죽을 허허롭게 한다 하였다. 대왕고래는 흰수염고래라고도 하며 현존하는 동물 가운데 가장 거대하고 무거운 동물로써 이별로 인한 마음의 빈 공간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동안 백수광부의 아내가 지었다는 고대시 ‘공무도하가’를 비롯하여 이형기 시인의 ‘낙화’ 등 수많은 이별 관련 시를 접해 왔지만 이렇게 극치의 비유법을 활용 이별에 대한 그리움과 아픔을 농도 있게 끌어 올린 시는 이 시를 통해 처음 접한 것 같다. 한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이 운명같은 미련이었다면 지금 이 시간 서로 눈 길 마주보고 있는 사람들은 어쩌면 대왕고래보다 더 큰 인연이라 생각된다.
/정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