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창룡문]우산과 양산

산(傘)은 ‘위에서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한 물건으로, 손으로 쥐고 다닐 수 있는 것’이란 뜻의 한자이다. 즉, 양산(陽傘)은 햇볕을 막기 위한 것으로, 우산(雨傘)은 비를 막는 도구로서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 해왔다.

그중 우산의 기원은 중국이다. 우산을 최초로 발명한 사람이 중국 주(周)나라 시절 도편수였던 노반(魯班)이기 때문이다. 노반이 하루는 정자에서 비를 피하다 아이디어가 번쩍 떠올랐다. 움직이는 정자를 만들면 따로 정자가 필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는 대나무를 잘게 쪼개 만든 바퀴살에 천을 덧대 우산을 만들었다. 지금부터 4천년전 일이다. 중국 우산이 유럽에 전파된 것은 페르시아를 거쳐서다. 현대적 우산을 소개한 사람은 18세기 영국의 해너웨이다. 그는 페르시아에서 가져온 차양이 큰 우산을 매일 쓰고 다녔다. 사람들은 그를 비아냥거렸고 미친 사람처럼 취급했다. 하지만 해너웨이가 죽고 나서 비만 오면 모두 우산을 쓰고 다녔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햇볕 가리개 용도인 양산은 18세기 유럽 상류층 부인들을 중심으로 유행 하면서 전 세계로 퍼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엔 개화기 때 양장과 함께 들어왔다. 양산을 처음 사용한 계층은 외국에 주재한 외교관 부인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남아있는 유물은 없다. 영친왕의 모후인 엄 귀비가 양장을 하고 흰 장갑을 낀 손에 양산을 든 사진만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초기에는 햇볕을 가리기 위한 기능보다는 양장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나 얼굴을 가리기 위한 기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런 용도는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그러나 최근 양산하면 여성 전유물이라는 등식이 깨지고 있다고 한다. 요즘 거리에서 양산 쓴 남자들을 자주 볼 수 있어서다. 특히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당당함을 과시하듯 사용자도 늘고 있다. 실제로 양산은 체감온도를 최대 8도나 내릴 수 있으며, 탈모 예방에도 효과적이고, 자외선 차단 효과 면에서 모자보다 3배 뛰어나다고 한다. 더 이상 여성의 전유물이 아닌 양산, 우산처럼 남녀구분이 없는 도구로 변할 날도 머잖은 것 같다.

/정준성 주필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