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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체복무, 형평에 맞도록 설계돼야

우리나라 남성들의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대화 중의 하나가 군대 얘기다. 고참에게 얻어터지던 얘기, 군대 축구얘기, 얼음 깨고 물에 들어가 얼차려 받던 일…. 현역으로 병역을 마친 남자 세 명이 모여 군대 체험담을 말하기 시작하면 1박2일도 모자랄 것이다. 대부분은 고생했거나, 괴롭힘을 당했던 얘기들이다. 우리나라 남성들에게 군대는 유쾌하지 않은 추억이다. 분명히 제대했는데 또 입대하는 꿈을 50넘어서까지 꾼다는 사람도 있다. 여자들이 싫어하는 것이 군대 얘기와 낚시 얘기기도 하다. 아버지, 오빠, 남편이나 남자친구 등 주변사람으로부터 오죽 많이 들었으면 이런 반응이 나올까.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병역기피자는 반역자 취급을 받는다. 지난 2일자 본보 ‘양심적 병역거부 특혜로 비춰지면 안 될 것’ 제하의 사설에서도 언급했다. 20대 황금보다 귀한 청춘기를 군대에서 보내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힘없고 돈 없는 사람, 요즘말로 ‘흙수저’들만 군대에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병역 기피자에 대한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그동안 여호아의 증인이란 종교인들에 대한 시선도 그랬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군대에 가지 않겠다는 이들을 옹호하는 이는 드물었다.

“총과 폭력과 죽음 앞에서 다양성과 자유를 말할 수 없다. 살생과 폭력이 없는 세상을 꿈꾸지만 그런 세상은 인류가 살아온 지금까지도 존재한 적이 없다. 다양성과 인권을 말할 때 누군가는 그걸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누구는 군대 가고 싶어 갑니까. 종교적 신념으로 군대 못 가겠다구요? 그럼 이민 가서 당당히 사세요”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은 지금까지 병역법에 의해 처벌받아왔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헌법 재판소가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대체복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리고 25일 기찬수 병무청장이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 대체복무자들의 업무 강도가 “적어도 현역보다 낮아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시는 물론이고 예비군 훈련 업무까지 심도 깊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전쟁과 살상을 반대하는 양심도 존중돼야 하므로 대체복무제는 필요하다. 다만 현역 군인들과 형평에 맞는 복무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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