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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기무사 계엄문건의 본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한창이던 작년 3월 기무사(국군기무사령부)는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라는 문건을 보고했다. 탄핵심판 후 경찰이 치안을 담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면 전국에 계엄령을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20여개 언론사를 검열하고, 국회의원들을 불법시위 등 포고령 위반으로 사법처리해 계엄해제요구의 정족수미달을 유도하는 계획도 담겼다. 기무사는 통상적인 검토문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수사를 지시했고, 검찰과 군 합동으로 ‘계엄령 문건 관련의혹 합동수사단’이 발족했다. 수사와는 별도로 청와대는 67쪽짜리 더 상세한 문건을 공개했고, 2년마다 수립되는 계엄실무편람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기무사 문건작성이 내란 예비음모죄에 해당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지난 2일 수사단은 기무사의 계엄문건의 원 제목은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으로 계엄이란 단어가 없었다고 했다. 한편 한국당은 노무현정부 때도 위기대응 문건을 만들었다며 이것도 조사하자고 했다. 이에 민주당은 불법을 감싸려는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맞섰다. 그러자 한국당은 드루킹 특검수사 등 국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기무사 계엄문건을 공개한 것이라면서, 오히려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 때의 댓글공작 사건을 조사 요구하여 물타기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정쟁은 무시하고 문건의 본질을 보자

이 시점에서 여야의 정치적 공방은 무시하고 기무사 계엄문건의 본질을 생각해 보자. 계엄이라는 말만 들어도 끔직한 기억을 떠올리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1980년까지도 계엄은 현실세계였다. 하지만 일상적인 계엄실무편람과 달라서 실행을 염두에 둔 것이고, 따라서 내란음모라고 생각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내용이 같다면 별도로 작성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며, 일반 매뉴얼은 구체적 상황이 예상되면 그에 맞춰 교정하는 것이 당연하다. 계엄이란 원래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선포되는 것이다. 계엄법에 따르면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 그 판단은 대통령의 권한이다. 물론 헌법은 국회가 요구하면 해제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한편 형법에 따르면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하는 것이 내란죄다. 국헌문란은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거나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또 대법원에 따르면 내란 예비음모에 해당하려면 ‘객관적으로 인식되는 실질적 위험성’이 있어야 한다.



관련법의 정비와 국민의 감시가 불법적 권력행사 막아

기무사의 문건작성이 내란 예비음모죄에 해당하려면 ‘국헌문란의 목적’과 ‘예비음모에 해당’되어야 한다. 기무사 계엄문건의 경우 탄핵이 기각되어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된 상태가 되었을 때를 가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계엄선포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선포한다면 대통령의 권한남용이고 탄핵사유다. 대통령이 계엄을 통해 국헌문란을 할 수도 있겠다. 우리 역사에 기록된 11번의 계엄선포 사례가 6·25를 제외하면, 과연 꼭 필요했는지 집권의 편의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문건파동의 핵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실제 ‘국헌문란과 폭동의 목적’이 있었는지, 현실적 위험이 있었는지다. 기무사문건은 참고자료일 뿐이다. 이런 점들이 수사과정에서 밝혀질 수도 있겠지만 특정인의 내심을 판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일은 기무사나 국정원 등의 정치간여를 어떻게 근절할지다. 역대 정권이 이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개혁에 실패한 것은, 이들이 바뀐 정권에 유리하게 행동했고 정권은 그 달콤함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치를 거울삼아 비상사태를 상세히 구분하고 비상시의 권력행사와 한계를 규정한 독일의 사례가 참고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이런 불법적인 권력행사가 존재할 수 없게 모든 국민이 권력을 감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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