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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아포리아]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

 

“세상에서 그보다 현명한 사람이 있습니까?”

그의 친구 카이레폰이 델포이신전 신관에게 물었다. 신탁은 짧고 명료했다. “없다!” 자신은 무지하기 때문에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 그는 자신보다 현명한 사람을 찾아내 신탁이 잘못되었음을 밝히려 한다. 그래서 당시 현명하다고 알려진 정치가, 시인, 공예가를 찾아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한다. 그와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 모두 자신이 안다고 이야기하지만, 확실히 알고 있지 않은 것이 분명하고 게다가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바탕으로 그는 자신이 한 가지 점에서 다른 사람보다 현명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 이유는 자신이나 현명한 척하는 사람이나 모두 무지(모르는 것이 있다)한 것은 같지만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과 달리 그는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진정한 앎이라는 의미를 지닌 아주 유명한 이야기를 한다. 델포이신전 담벼락에 적힌 그 말은 “너 자신을 알라!” 그는 바로 소크라테스다.

타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부부 사이도 행복한 관계를 위해 두 명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과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알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무엇인가 알려고 애쓰는 사람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다. 만약 배우자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배우자를 다 안다고 생각할 때 부부 아포리아(난관)에 빠진다. 배우자를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의 취미는 ‘커피’이다. 커피가 취미로 발전한 과정을 살펴보면 처음에 우연한 기회에 핸드 드립 커피를 접했다. 인스턴트 커피와 확연히 다른 맛과 향기에 궁금증이 생겨 알아보기 시작했다. 커피에 대해 알아갈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졌다.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노력했고 보이는 것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보이는 만큼 커피를 이해했고 그만큼 애정도 커졌다. 아는 만큼 볼 수 있었고 보이는 만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해한 만큼 애정이 생겼다. 만약 인스턴트 커피 말고 다른 커피가 많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인스턴트 커피만 알면서 커피에 대해 모두 안다고 생각했다면 커피라는 취미는 생기지 않았을 것 같다.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다 안다고 생각하면 더는 애쓰지 않는다. 볼 수 없고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사랑할 수 없다.

행복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배우자를 이해하려는 노력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많은 부부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이혼한다. 배우자를 이해할수록 차이는 줄어든다. 배우자를 잘 알수록 이해하기 수월해진다. 그리고 배우자를 알기 위해서 우리는 배우자를 다 아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상대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많이 회자되는 것이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있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뜻의 한자성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상대의 생각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상대의 생각을 다 안다고 잘못 생각하면 역지사지할 수 없다. 배우자의 행동이나 생각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생각을 모른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상대의 생각을 모르니 그 사람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의미이다. 그 과정을 통해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 상대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정한 앎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 논어(論語) 위정(爲政)편)’ 공자의 말이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큰 무지는 없다. 배우자를 잘 알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직접 묻는 것이다. 아내에게 무지한 남편이 안 되려면 아는 척 대신 물어봐야겠다.

“당신 생각은 어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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