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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절기는 못 속인다더니

 

 

 

올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매일 계속되는 폭염은 열대지방이 아니냐는 농담까지 나오고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조차 자기들 나라보다 더욱 덥다고 하니 무척 더운 것도 사실이나 연일 티브이에서 더위를 다투어 보도하니 무더위가 지나가지 않고 영원히 머물 것 같은 착각에서 더욱 힘들어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 8월 7일이 입추였으나 더위는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그러나 더위는 16일 말복 날을 기해서 슬그머니 꼬랑지를 내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재미있는 것은 그날이 지인들과 어울려 인제에 있는 만해 마을과 백담사를 다녀오기로 한날이었다.

다시 찾은 백담사는 여전히 평온한 가운데 잘 있었으며 사찰 앞을 지나는 개울에는 수없이 많은 돌탑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일행과 함께 백담사 경내를 걷는데 정말 시원하다 못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감탄이 절로 나온다. “와! 오기를 잘했구나! 여기는 역시 뭐가 달라도 달라. 이렇게 시원한 바람을 만나다니…” 하면서 개중에는 바람이 닿는 팔뚝이나 볼을 비벼 대면서 마냥 좋다고 웃는 사람도 있었다. 내게도 이런 시원함을 언제 느꼈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기는 했다.

백담사를 거쳐서 인제 시집박물관에서는 깊은 감명을 받고 한껏 부러움도 느꼈으며 왜 우리 동네는 이런 것이 없지 하는 아쉬움도 많이 느끼게 되었다. 나름의 이유나 성과가 있다고 말은 하나 3일 잔치를 위해서 그것도 지역 주민이 아닌 마니아 층을 위한 재즈 축제는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돈만 먹는 하마로 보일 뿐이다. 재즈 축제에 그간 쏟아부은 돈이면 가평에도 이보다 더 훌륭한 문화관광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인데 인제군은 역시 지역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추진력이 있는 정치인이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너무 부러운 생각에 일행들 간에 대화도 가평은 안되는데 인제는 되는 이유가 오고 간다. 들어보니 그럴듯했다. 인제는 절실하니 살길을 찾는 것이고 가평은 수도권이고 경기도가 부자이니 가만히 있어도 돈을 주는데 그 돈 쓸 궁리만 하다 보니 아무래도 내일보다는 오늘 화려한 것을 찾게 되고 그렇다 보니 여러 곳에서 예산 낭비 현상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말과 그보다 더한 이야기도 오고 가는데 지면에 옮길 이야기는 아닌 듯 싶다.

밖에서 보면 더욱 잘 보이는 이유가 그런 것인가 보다. 만해 마을까지 들러보고 시내에 있는 박인환 문학관을 둘러보고 나니 인제에서 문학이나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긍심도 대단하겠다 싶은 생각에 그들이 마냥 부러워지는데 그렇다고 고향을 등지고 인제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우리라도 잘 해보자라는 다짐을 하면서 귀가를 서둘렀다.

해질녘에 우리 동네에 도착하니 이게 웬일인가. 백담사에서 만난 바람이 우리 동네도 있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이렇게 신전한 바람이 하면서 집안으로 들어서니 어머니가 “잘 다녀들 왔니” 하시면서 “애야 오늘은 너무 바람이 불고 냉기가 들어 있는 것 같다” 하신다. 이어 “더위에 냉해까지 들어 농사가 흉년 될까 걱정이다” 하시기에 “어머니 절기는 못 속인다고 오늘이 더위가 물러 간다는 말복이라 그런 거 아닐까요” 말씀드리며 난 속으로 다른 걱정을 한다. 이러다 정말 올겨울 엄청 추운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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