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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전주향교 여행 2

 

 

 

지난 여행에 이어 오늘도 전주향교 여행을 계속해보자.

요즘은 여기저기에서 배롱나무가 유독 눈에 띈다. 배롱나무 꽃은 분명 붉은 꽃인데 붉은 꽃이 아닌 보랏빛으로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리라. 하지만 보랏빛이 주는 아련한 그리움은 배롱나무와 잘 어울린다. 배롱나무 꽃은 ‘부귀’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지만 ‘떠난 님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숨겨진 꽃말도 있다.

꽃말 ‘부귀’는 전주 향교와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떠난 님에 대한 그리움’이 훨씬 더 잘 맞는다. 먼저 떠나간 성현들에 대한 그리움, 성현의 가르침에 대한 그리움, 그 그리움들을 담아 이 곳에 배롱나무를 심지는 않았을까….

대성전 앞의 배롱나무를 떠나 명륜당으로 향한다. ‘머리조심’이라는 글씨를 마주하고 저절로 다소곳하게 만드는 작은 문을 통과하면 예상치 못한 장면을 마주하고 잠시 작은 탄성을 지른다. 눈앞에 자리한 명륜당은 지붕만 빼꼼히 내민채 은행나무와 입구의 작은 조경수에 숨겨져 있다. 명륜당 서쪽으로 은행나무가 쭉 뻗어 올라가 가지를 지붕 위로 뻗어 내었다. 녹색의 은행잎들은 지붕의 회색과 나무로 지어진 명륜당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마음을 빼앗는다.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비로소 명륜당이 온전히 눈에 들어온다.

명륜당은 강학을 하는 장소다. 대성전이 위패를 모시는 사당이라면 명륜당은 강당이다. 이곳에서는 유학에 대한 성현들의 가르침을 가르쳤다. ‘명륜’이라는 의미는 ‘인간사회의 윤리를 밝힌다’라는 의미로 ‘학교를 세워 교육을 하는 것은 모두 인륜을 밝히는 것’이라는 맹자의 등문공편의 내용에서 유래한 것이다. 명륜당에서는 조선시대 양반 자재 90명을 정6품 교수1명과, 종9품의 훈도를 두어 가르쳤다.

명륜당은 1603년에 지어져 415살의 나이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명륜당이다. 외관도 독특한데 맞배지붕에 가적지붕을 달았다. 가적지붕은 맞배지붕의 양 끝에 날개를 달 듯 지붕을 덧댄 형태를 말한다. 비바람에 취약한 맞배지붕의 측면 벽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 풍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풍판과의 차이점은 가적지붕은 본체에 보조공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가적지붕은 눈썹지붕이라고도 하는데, 덕분에 맞배지붕이 마치 팔작지붕처럼 보인다. 전주향교 명륜당 가적지붕은 도리가 툭 튀어나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당 한가운데에 나있는 길을 따라 명륜당으로 좀 더 가까이 가본다. 단청이 되지 않아 오히려 더 단아한 멋을 내는 명륜당은 두 살을 서로 어긋나게 짜 마름모 무늬가 이어지는 빗살무늬 창살 덕분에 단조롭지 않으면서도 시원시원한 느낌을 자아낸다. 기둥은 중간 중간 금이 가 있는 것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 곳 명륜당은 몇 해 전 방영되었던 ‘구르미 그린 달빛’의 ‘자현당’이다. 구르미 3인방이었던 박보검과 김유정, 그리고 곽동연의 아지트였다. 이 곳 명륜당 외에도 전주향교 곳곳에는 구르미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명륜당 전면에 길게 뻗어있는 마루에 걸터앉아 잠시 구르미를 추억해본다.

명륜당을 벗어나 장판각으로 향한다. 장판각은 유생들이 공부할 책을 찍어내는 목판을 보관하던 곳이다. 전국 향교 중 유일하게 목판으로 직접 인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그 쓰임새가 활발했던 목판들은 금속활자가 등장하면서 그 쓸모가 적어진 후 사람들에게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가 현대에 와서야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전주향교에는 계성사도 자리하고 있는데, 계성사는 공자, 안자, 증자, 자사, 맹자의 아버지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계성사는 전국 200여개가 넘는 향교 중 제주 향교와 이 곳 전주향교에만 자리해 있어 의미 있는 곳이다.

전주향교는 드라마 ‘구르미’의 덕분에 일반인들의 발길이 지속되는 것 같다. 구르미의 흔적도 찾아볼 겸,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전주 향교를 여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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