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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좋은 하루, 좋은 추억

 

 

 

지난 주 형제들이 모여 아버님 산소에 금초를 하는 날입니다. 형제들이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어 오가는 길 운전 걱정은 덜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한 집씩 도착을 하면서 조금 먼저 온 사람이 미처 도착하지 못한 사람에게 전화를 합니다. 한 번씩 만나면서 모일 때마다 빨리 보고 싶어 하는 걸 보면 형제의 정을 느낍니다.

남편은 어제가 아들 생일이기도 했고 혼자 먼저 온 동생과 함께 외식을 하고 술도 한 잔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더니 조카와 삼촌은 이차를 거쳐 삼차를 가고 새벽 세시까지 들떠서 주당들의 무한질주가 이어졌습니다.

나는 어머니와 시누이와 여자들끼리 남아 얘기를 나누다 시간이 되어 점심으로 닭볶음탕을 준비합니다. 노각도 살짝 절여 초고추장에 무치고 영양부추 겉절이와 콩나물 무침과 오이지도 나박나박 썰어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준비합니다.

날은 점점 뜨거워지는데 산소에 간 사람들이 평소보다 늦어집니다. 가까이 모신 시외삼촌 산소까지 다녀온다고 해도 다른 때보다 늦어집니다. 시외삼촌은 돌아가셨을 때 산도 없고 나중에 산소 관리조차 할 사람도 마땅치 않아 아버님 곁에 모셨습니다.

결국 우리 형제들이 해마다 외삼촌 산소를 보살피고 명절이나 다른 일이 있어 산소에 갈 때에는 빼놓지 않고 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나무가 자라고 있어 잘라내고 흙이 무너진 곳에 어느 정도 손을 보고 오느라 늦었다고 합니다.

시원해진 날씨라고는 해도 더운 한낮에 몇 시간을 땡볕에서 평소에 안 해본 일을 하고 뜨거워 어쩔 줄 모릅니다. 사형제에 하나 있는 사위에 조카까지 끼어 한 무리의 남자들이 한 번에 샤워를 하며 한 바탕 물난리를 하고 대충 털고 젖은 머리로 식탁에 둘러앉아 왁자지껄하게 먹고 떠들고 서로 권하며 낮술도 한 잔하며 큰 소리로 잔을 부딪치는 걸 보면 그래도 형제밖에 없습니다.

가끔 모이는 형제들 치레하며 사는 거 주변에서는 힘들어서 어떻게 하느냐고 하지만 이렇게 한 번씩 모여 북적거리는 모습이 저에게는 오히려 힘이 됩니다. 제 생각에는 화장보다는 매장을 해서 때마다 한 번씩 금초도 하고 산소도 너무 멀거나 높은 곳에 쓰지 말고 찾아가기 좋은 곳에 모시고 어린 아이들 데리고 소풍도 가고 무슨 날이 아니어도 찾아가면 좋겠다는 쪽입니다.

저는 가톨릭 신자이면서도 제사도 지내자는 쪽입니다. 생일이면 모여서 함께 식사하는 것처럼 돌아가신 분들 기일이면 모여서 생전에 함께 하던 추억을 돌아보고 한 집안의 역사를 이어가며 밥 한 끼 먹는 일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라는 아이들도 모이고 얼굴 보면서 정도 들고 자기가 나고 자란 집안의 대물림하는 전승과 고향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도 생긴다고 봅니다. 그리고 시어른들로부터 그 집안 특유의 음식도 익히고 가풍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하지만 이어가야 할 만한 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요즘 일인가구가 대세라고 하지만 매번은 못 가도 시간 내서 찾아가면 힘은 들겠지만 힘듦 그 이상의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올 해는 조상님들 산소에 어린 아이들도 데리고 참석하시면 어떨까요? 잠자리도 잡고 들꽃 이름도 가르쳐 주고 버섯도 따면서 잘 하는 아이들 상품도 하나씩 주면 이다음에 좋은 추억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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