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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정조의 건축]봉돈(烽墩)-上

 

봉수대(烽燧臺)는 근대 이전에 사용하던 군사통신제도로 낮에는 연기, 밤에는 횃불로 신호를 전달하였다. 운용방법은 현장의 정세에 따라 1횃불은 평상시, 2횃불은 적이 나타남, 3횃불은 적이 국경 가까이 옴, 4횃불은 적이 쳐들어옴, 5횃불은 적과 싸움 일어남 등으로 구분되었다.

조선 시대 봉수로(烽燧路)는 5개로 한양 북쪽에 3개, 남쪽에 2개가 있었다. 전국에 설치된 봉수대는 600여 개로 모두 다음 봉수대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종착점은 한양 남산이었다. 병조는 매일 남산 봉수대의 정보를 종합하여 승정원에 전달하고 또 승정원은 임금에게 알리게 된다. 즉, 남산 봉수대는 봉수의 종착지로 왕이 있는 곳을 상징한다. 그런데 이처럼 종착지 봉수가 남산 이외에 하나가 더 있는데 바로 수원화성의 ‘봉돈’이다. 바로 수원화성 봉돈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모든 봉수대에는 5개의 화두(火竇)가 있는데 다음 봉수대에서 횃불의 개수를 인지할 수 있게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길어 화두 5개는 동서로 설치되어야 다음 봉수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수원의 봉돈은 동서 방향 배치가 아닌 남북으로 설치되어 정보를 한양으로 전달하는 용도가 아니라 남산처럼 종착지가 되는 것이다.

수원 봉돈과 연결된 봉수로는 2개이며 수원 남쪽 봉수대와 연결되어 있고 북쪽 봉수대는 연결되어 있지 않다. 연결 봉수는 육지 봉수로(제2거) 40리쯤 떨어진 용인 석성산 봉수대이고, 또 하나는 바다 봉수로(제5거)로서 100리가 떨어진 안성 흥천대와 연결된 서봉산 봉수대이다.

2개 봉수로를 수원으로 연결하게 된 이유는 수원유수 조심태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화성의 축성공사가 끝나면 정조는 수원에 자주 머물게 되므로 유사시 연락이 빨리 전달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였다. 봉돈은 정약용의 설계에는 고려되지 않았기에 순전히 조심태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봉돈의 위치를 처음 선정한 곳은 지금의 장소가 아니었다. 1796년 1월 22일 조심태는 “성 안에 동장대가 있는 주봉(主峰)이 좋은 지형을 가지고 있고 앞이 훤하게 트여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으니 그 위에 봉화대를 설치하여 육지봉화와 바다봉화에 응하도록 하였으면 합니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봉돈은 조심태가 주장한 주봉(선암산 정상)이 아닌 행궁의 정동향 위치에 설치된다. 의궤에서 옮긴 이유를 ‘동장대 주봉이 행궁을 바로 비추지 못하기 때문에 터를 옮겨 일자문성 위에 행궁 안에서 보이게 높이 자리 잡았다.’라고 기록하고 있어 장소가 변경된 것을 알 수 있다.

봉돈과 신풍루 관계는 매우 밀접하여 시선적으로 연결되어 봉돈의 횃불은 신풍루에서 바로 보이고 유사시에는 신풍루의 북을 울려 위험을 알렸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높은 건물이 시선을 차단하고 있으며 둘의 관계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없다. 세트장이 아닌 살아있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이 되기 위해서는 생생한 이야기들이 필요하다. 화성의 시설 중 다산이 설계하지 않은 시설은 공심돈과 봉돈인데 두 시설 모두 방어력에 문제를 보이고 있다. 공심돈은 높아 포(砲)의 공격에 쉽게 무너지는 약점이 있어서 제일 나중에 만들어진 서북공심돈만 성안에 짓게 된다. 이처럼 봉돈도 높이 만들었기 때문에 성곽의 외부로 돌출시켜 지은 것은 방어에 매우 불리한 배치가 된다. 만약 여기서 전쟁이 발생하였다면 봉돈이 가장 먼저 붕괴될 것이다.

봉돈의 배치를 더 자세히 살펴보자, 봉돈이 성곽에서 외부로 튀어나간 부분은 18척(5.54m)으로 다른 치성과 비슷하지만, 너비는 54척(16.6m)으로 보통 치성의 너비(19~30척) 보다 매우 큰 편이다. 이는 화두를 일렬로 설치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방식이었고 이로 인해 비용은 포루(鋪樓, 2천800냥)나 포루(砲樓, 3천200냥)보다 훨씬 많은 5천320냥이 들어갔다. 봉돈 건설에 많은 돈이 들어갔지만, 방어력이 약한 위치에 배치함으로써 아쉬움이 남는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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