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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끝났던 풍물 주민마음 이어준 보물

 

 

 

 

 

-여주 주록리 ‘노루목 향기에 물들다’

사슴들이 뛰어다니고 노루들이 사냥꾼에게 쫓겨 항상 모이는 장소였다고 해 불리는 여주 주록리 노루목. 이 작은 마을에 한 이방인의 등장으로 북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이혜옥 대표를 중심으로 모인 마을공동체 ‘작은 음악회, 노루목향기에 물들다’다. 노루목향기에 물들다의 중심에는 우리의 전통 소리인 풍물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회관서 시작된 한달짜리 풍물 강의
이후 이혜옥 대표, 장구 배우러 여수행
난타 학원 등록해 주민 가르치기 시작

공동체 성장 위해 경기도 따복지원 신청
마을회관 리모델링 거쳐 강당도 생겨

지난 20일 주민들과 ‘작은 음악회’ 열어
어르신 풍물놀이와 외부 공연단도 참여


■ 풍물, 마을을 소리로 물들이다

주록리 마을은 문화혜택을 잘 받지 못하고 있다. 하루에 오가는 버스는 단 3대, 장 보기 조차 힘든 마을이다.

버스라도 놓치면 누군가의 차를 대신 이용해야 할 정도다.

노루목향기에 물들다는 이 점에 착안, 마을 주민들이 교양적 소양을 쌓을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자 했다.

노루목향기에 물들다가 형성된 이유기도 하다.

노루목향기에 물들다는 당초 13명의 회원으로 시작했다. 대부분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중심이됐다.

하지만 10여년의 시간이 흐른 사이 이사를 가거나 나이로 인한 체력이 부치면서 회원이 감소, 현재 8~10명이 참여를 하고 있다.

이들의 풍물 활동은 취미로 시작됐다. 마을회관에서 강사를 초빙해 한 달 간 풍물을 배운 것이 이들의 공동체 활동의 시발점이었다.

한 달의 기간이 끝나자 아쉬웠던 이 대표는 여수시에서 장구로 유명한 사람을 찾아 직접 장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장구를 배운 뒤에는 항상 마을로 돌아와 주민들에 가르쳤다. 이는 자신 스스로도 주민들도 장구에 대한 실력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여수문화센터에서 난타 악보를 가져와 주민들과 실력 다지기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적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한계에 다다랐다. 결국, 난타 학원에 등록해 전문적으로 배우고, 주민들을 가르쳤다. 난타 자격증도 따냈다.

노무목향기에 물들다 회원들과 난타가 땔래야 땔수없는 사이, 진정한 공동체가 된 시기다.

이전까지만 해도 공동체 개념 보단 마을 주민들끼리 모여서 두드리고 노는 정도의 모임이었다.

주록리 마을에는 매년 5월마다 주록리 마을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는 20년이 넘게 진행 돼 왔고 마을 주민들이 하루 먹고 노는 날 정도였다.

노루목향기에 물들다는 마을 주민을 위한 이 행사에도 문화가 곁들여지길 바랐다.

이에 2015년 행사에 앞서 2014년 겨울 내내 공연과 행사를 준비했다.

난타와 풍물공연 등의 프로그램 준비에 몰두하느라 겨울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5월 행사 당일 비가 내려 모든 일정이 취소됐다.

안타까움을 뒤로 한 이 대표는 공동체의 성숙을 지원해주는 경기도 따복지원 사업을 알게됐고, 신청 및 심사를 통과했다.

이후 2016년 10월 공간조성사업을 거쳐 마을회관을 리모델링, 강당도 만들었다. 노루목향기에 물들다의 공동체의 개념은 더 깊어지고, 활동도 보다 적극적으로 키웠다. 마을 전체가 즐길 수 있는 공동체 활동으로 작은 음악회도 만들었다.

지난 20일 열린 첫 작은 음악회에선 10여개의 프로그램을 마을 주민들에 선보였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무대에 오르고, 외부 공연단도 초빙했다. 마을 어르신들의 풍물놀이 소리와 고전무용·해금연주·가야금병창 등 외부 공연단 소리가 마을을 뒤덮었다.

이 대표에게 풍물놀이(장구)를 가르쳤던 여주 명물 김미진씨가 설장구를 선보여 의미를 더했다.

특히 이날 특별 게스트로 나선 92세 할머니가 퉁소연주를 배경으로 시낭송회도 열었다.

이 후 색소폰연주, 아코디언 연주, 성악 등이 공연하고 마지막으로 노루목향기에 물들다 회원들의 난타공연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음식을 준비해 만찬을 즐기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 대표는 “이번을 시작으로 다음 음악회도 지금보다 더 마을 주민들이 하나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 허물어진 어르신들과의 벽

이혜옥 대표는 10년 전 서울에서 여주로 이사왔다. 마을에 한 이방인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 이 대표가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마을 어르신들의 인식을 깨우치는 데 몰두했다.

하지만 타지에서 온 이 대표가 마을 어른신들을 가르치고, 공동체를 만든다는 게 쉽진 않았다.

이 대표는 “마을 어르신들의 인식을 깨우치기까지 5년 걸렸다”며 웃으며 얘기했다.

이 기간은 이 대표가 마을 어르신들의 고집과 편견을 깨는 기간이었다.

이 대표가 마을에 막 들어선 초기부터 어르신들에게는 마을도 더 많이 알고, 인생도 오래살아 더 많이 안다는 고집이 만연했다.

게다가 이 대표가 아닌 마을 어르신들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이었다. 그러다 보니 ‘니까짓게 뭘 아냐’는 식의 인식이 자리한 것.

하지만 이 대표의 5년여에 걸린 노력은 통했다.

‘그러다 말겠지’하는 마을 어르신들의 인식이 점차 바뀌었고, 풍물이다 음악회다 하니 어르신들이 정신없이 따라오게 된 것.

이 대표는 어르신들의 인식을 깨우치고, 인정받기 시작한 게 올해부터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진정한 주록리 마을의 일원이 된 셈이다.

 

 

 

 

 

 


“풍물·난타로 돈 생기지 않지만 주민들 즐길 수 있잖아요!”

“고령화시대 노인돌봄 정책도 필수”

이 혜 옥 ‘노루목 향기에 물들다’ 대표


서울에서 잘 생활하다가 시골로 오게 된 이유는.

서울에서 치열하게 살았다. 직장생활 끝내고 8년 동안 남대문 액세서리 도매를 했다. 시도를 해봤는데 의외로 잘 됐다. 공장 제조 출신이다 보니 물건을 잘 만들어 초보자 치고 잘 됐다. 그 해 여름, 열흘 동안 휴가를 다녀왔는데 우리의 물건을 UV코팅해주는 공장에서 불이 났다.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할머니들, 동네 어르신들이었다. 여덟 분이 일하셨는데 그 화재로 인해 여섯 분이 돌아가셨다. 여행 갔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 신문기사를 읽었다. 그 충격으로 사업을 접었다. 그래서 서울 생활을 접고 주록리로 오게 됐다.



기타 치는 사진을 봤다. 음악을 전공 했기에 작은 음악회를 준비했나.

기타는 지난 7월 시낭송회 때 40년 만에 잡았다. 20대 때 기타를 취미로 했었다. 음악이 좋아서 기타를 쳤을 뿐 전문성을 가지고 한 것이 아니었다. 처음 이 마을에 왔을 때 마을 주민들의 권유로 마을회관에서 풍물을 배워보는 시간이 있었다. 그게 이 마을 주민들과의 첫 인연의 시작이었다. 한 달 만에 강의가 끝나니 아쉬웠다. 그래서 그때 이후로 풍물을 따로 배우기 시작했고, 난타도 배워 마을 주민들에게 알렸다. 취미생활로 시작 한 난타, 풍물은 돈을 벌어 다니는 것이 아니고 생산적인 것이 아니기에 그냥 마을 주민들이 음악 틀어 놓고 노는 것, 즐기는 것이 공동체의 핵심이었다.



정부나 지자체에 바라는 점.

우선 지자체에서도 현실을 알고 있다. 아이 돌봄도 필요하지만 요즘 같은 고령화 시대에 노인 돌봄도 필요하다. 정책으로 하기에는 국가적인 사업이 될 수가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시범사업을 해보자는 것이다. 이번에 상상천인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됐는데 올해 이런 것들이 처음 시도됐다. 따복에서 지원해주기 전 공동체들은 다 들러리였다. 따복을 구성해서 문제가 나온 것을 가지고 상상댄스와 상상버스를 개발하면서 두 달 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잘 됐다. 이러한 비슷한 사업이 19개가 나왔다. 문제가 나오는 것은 상상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문제다. 결과물만 봐도 안다. 어르신들의 복지를 위한 하나의 사업은 민간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도에서 공동체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많이 해주길 바란다.

/글·사진=여원현기자 dudnjsgu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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