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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별식 동치미

우리나라에 고추가 보급되기 이전엔 김치를 소금에 담갔다. 이런 역사를 유추해 볼 때 지금도 11월 초 통째 혹은 크게 썬 무를 짜지 않은 소금물을 가득 부어 담그는 동치미는 가장 먼저 시작된 김치의 기본형이라 할 수 있다. 겨울 저장식품이라고 해서 조선시대엔 동치미를 ‘동침(凍沈, 冬沈)’ 또는 ‘동침저(凍沈菹)’라 불렀다. 겨울에 물에 담가서 먹는 김치 혹은 겨울에 국물이 언 김치라는 뜻이다. 그런 명칭이 세월이 지나며 일반인들이 한자어 ‘동침’을 동침이 혹은 동치미라고 부르면서 지금의 이름이 됐다고 한다.

동치미, 특히 국물은 옛날에도 겨울철 별미 음식을 만드는데 중요한 재료로 사용됐다고 한다. 조선시대 요리책 규합총서(閨閤叢書)엔 동치미 국물 이용을 이렇게 적고 있어서다. ‘겨울에 익은 후 먹을 때 배와 유자는 썰고, 그 국에 꿀을 타고 석류에 잣을 흩어 쓰면 맑고 산뜻하며, 그 맛이 매우 좋고, 또 좋은 꿩고기를 백숙으로 고아서 그 국의 기름기를 없애고 얼음을 같이 채워 동치미 국에 붓고, 꿩고기 살을 섞어 쓰면 그 이름이 이른바 생치김치이며, 동치미국에 가는 국수를 넣고 무, 오이, 배, 유자를 같이 저며 얹고, 돼지고기와 계란 부친 것을 채 쳐서 흩고 후추와 잣을 뿌리면 이른 바 냉면이다’라고.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에서도 ‘동침이 별법’이라 하여 이와 비슷한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으며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1960~70년대 동치미는 각 가정에서 민간요법으로 쓰는 비상약이나 다름 없었다. 연탄을 때던 시절이라 가스중독 사고가 다반사로 일어났고 혼미해진 정신을 깨울 때 가장 급하게 사용했던 게 바로 동치미국물이어서였다. 그런가 하면 애주가들은 과음 후 숙취를 해소할 때도 제일 먼저 찾았다. 시원함과 새콤달콤함이 갈증과 속을 푸는 데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동치미에 디아스타제 등 소화 효소가 특히 많이 들어 있고 그것이 발효됐을 땐 더 큰 효과를 거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라지다시피 한 동치미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각 가정에서의 김장이 막마지를 향하는 이때 겨울 별식 동치미를 포함시켜도 나쁘지 않 을 듯싶다./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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