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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무궁화 열차

 

 

 

무궁화 열차

                        /한소운

절실하지 않아도 이별은 쓸쓸하여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느린 강물 같은 기차

철컥철컥 마음을 흔듭니다

비행장도 KTX도 없는 안동역

갑자기 술래가 된 듯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두 번 세 번

뒤 돌아봅니다

텅 빈 객실, 어디에 숨어야할까요

철커덕철커덕 창밖의 풍경만 무심히 쳐 냅니다

조금 전에 헤어진 사람보다도

더 외로운 기차

슬프도록 아름다운 길 하나가

기차의 꽁무니를 따라 갑니다

차창 밖 나비의 눈썹 끝에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중앙선 철로인 안동역에는 KTX는커녕 새마을호도 서지 않는다. 그렇다고 호사스런 비행장은 아예 존재조차도 하지 않는다. 느릿느릿한 무궁화호만이 안동역으로 오고갈 뿐이다.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기차는 왜 우리를 늘 낭만과 환상으로 이끌고 가는 것일까. 버스나 택시 혹은 비행기와는 확연히 다른, 어떤 알 수 없는 아련한 슬픔 같은 것이, 애잔한 그리움 같은 것이 기차에는 서려 있다. 긴 여운 같은 기차의 형상이 만들어내는 조화일까. 아니면 한정된 철로만을 달려가야 하는, 잠시의 이탈과 탈선도 결코 용납되지 않는 철저히 고독하도록 운명 지어진 기차의 행로가 유발하는 연민 때문일까. 아무튼 기차를 타는 사람은 이별하지 않아도 쓸쓸하고, 이별하면 더 쓸쓸하다. /김인육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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