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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월명기(月明期)

월명기(月明期)

                          /김택희

올 들어 세 번째 폭설 소식을 접하며

고립된 마을 어귀 서성거리다

지난 혹서에 흐드러지게 터뜨렸던 배롱나무꽃으로 든다

그물처럼 펼쳐 놓고 오래 물들이던 꽃잎들

나 무엇을 위해 백 일 밤낮 꽃 등불 켜 보았는지

지극한 꽃그늘 지어 보았는지

꽃 울음 길던 연유 내 방식대로

배롱꽃 닮은 오랜 사랑이 좋다고 함께 물들고 싶다고

꽃잎 물었던 배롱나무 맨살 쓸어 본다

가지마다 거센 바람 산다

살 에는 눈꽃 둥지 그러안았다

눈 쌓인 지금이

해진 그물을 손질하기에 좋은 시기

내 안의 홍자색 꽃물 식히기에 알맞은 시간이다

※월명기(月明期): 음렬 보름 전후에 날이 밝아 생선이 잘 안 잡히는 시기

 

 

달이 밝기 때문인지 월명기(月明期)에는 집어가 어려워 어부들은 그물을 손질하며 조업을 쉰다고 한다. 어획량으로 보면 손해가 막중하겠지만 달 밝은 밤의 정취가 숨 가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는 여가로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여기면 견딜 만하지 않을까. 이 시인에게 월명기는 무엇일까. 폭설로 갇힌 고립된 마을, 그곳에서 여름을 사르던 배롱꽃잎을 떠올리고 꽃잎에 드리웠던 찬란한 기억을 떠올리고 지극한 꽃그늘 아래 사무치던 생각들을 되새기는 값지고 소중한 시간 아닐까. 때론 저러한 월명기가 누구에게나 필요하겠다. 그러니 거센 바람이나 살에는 추위도 두려워하지 말 일이다. 그때가 해진 생각의 그물도 손질하고 들뜬 마음의 꽃물도 가라앉히기 알맞은 시기이니.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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