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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통찰]내부 고발자

 

 

 

미국의 에드워드 스노든은 CIA(중앙정보국)와 NSA(국가 안보국)의 정보분석 요원이었다.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할 정도로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국가안보에 몸바치겠다고 결심하며 애국심을 키웠다. 그 후 뛰어난 정보분석 능력을 인정받아 미국 CIA와 NSA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근무하던 중, 이곳에서 국내외 사람들의 일상을 비밀리에 사찰하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언론에 제보했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가장 고귀한 가치로 신봉하고 있는, ‘가장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불리는 미국의 추악한 민낯을 용기 있게 폭로한 것이다. 그는 미국정부의 수사망을 피해 현재 러시아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한 조직에서 벌어지는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행위는 조직 내 직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내부 직원의 도움 없이는 그것들을 제대로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 볼 때 커다란 비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배경에는 대부분 내부자의 제보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내부 제보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제보 내용이 대부분 사실(fact)이라는 점이다. 그 내용이 사실이라도 신분상의 불이익이 따를 수 있는데, 하물며 거짓이라면 몇 배나 더 큰 신상의 불이익과 치명적인 명예실추가 따르기 때문에 사실이 아닌 것을 폭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둘째, 고발 동기는 다음 두 가지 유형의 하나라는 점이다.

조직이 자신에게 가하려는 불이익 조치에 보복하거나 사전에 저지하려는 수단, 즉 사익을 위한 것이 첫째 유형이고, 순수한 공익을 위한 것이 둘째 유형이다.

후자의 경우가 사회를 정의롭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공익신고이다. 모두에서 소개한 ‘스노든 사건’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공익신고 사례이며, 국내의 경우로서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양진호 회장의 폭력 사건, 영화 ‘도가니’로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 사건, MB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폭로 등 무수히 많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안일한 위법보다 현명한 정의의 길”을 택한 공익신고자 대부분이 신분상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직장에서 해임 등 불이익을 받는가 하면,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설사 다시 일터로 복귀해도 배신자라는 낙인을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공익신고자 보호장치가 없는 게 아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부패방지법’,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 ‘신고자 보호·보상’규정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피신고자 측에서는 이 규정을 교묘히 빠져나가면서 신고자에 대한 응징을 가하고 감사나 사법기관조차 신고자 보호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한때 ‘부패공화국’이란 오명을 얻기도 했고, 지금도 국가 청렴도가 매우 낮다. 국제투명성 기구(TI)가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지수(CP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180개국 중에 2016년 52위, 2017년 51위에 불과했다.

불이익을 감수하고 어두운 비밀을 고발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는 세상의 어두운 면을 더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세상은 조금이나마 더 나아지게 되었다.

아직도 사회 도처에 뿌리 내린 부조리를 발본색원하는 일에는 ‘윤리적이고 공익적 신념’을 지닌 사람들의 적극적인 제보(whislte blowing)가 필요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반부패’, ‘투명경영’ 등의 구호가 전 정부에 대한 감정적 표적사정이나 자신의 차별성 브랜드로 부각시키려는 수사적 구호로 비치지 않으려면, 형식적인 내부 제보자의 보호를 보강하고 구체적인 실행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스웨덴의 ‘내부고발자보호법’은 참고할 만한 제도가 될 것이다. 사람의 입을 막아 침묵시킬 수는 있어도 정의는 침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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