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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통찰]예술작품을 통해 본 ‘이중생활’의 세 모델

 

 

 

 

 

모델 A : 애니메이션 영화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뉴욕의 한 아파트에 사는 애완동물들의 이중생활을 흥미롭게 전개한다. 이들은 각자의 주인이 출근한 사이 함께 모여 놀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한다. 어느 날 주인공 맥스가 유기견 보호소에 붙잡혀 가자 구출작전을 펼친다. 작전에 성공한 후 진정한 우정을 느끼고 한층 성숙해진다. 각자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귀가하는 주인을 반긴다.

주인에게 사랑받는 것만 좋아했지만, 유기견같은 가엾은 처지에 있는 동물을 위로하고, 위기에 처한 친구를 구하기 위해 합심하여 모험을 펼치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기특하다. 자신들이 한 일을 서로에게는 물론 주인에게도 자랑하지 않는다. 대견한 일을 한 것 그 자체에 뿌듯함을 느낄 뿐이다. 행적을 과대포장하거나 명절과 연말만 되면 연례행사 하듯, 공금으로 구입한 선물을 복지시설에 전달하며 그 선물이 자신이 마련한 것인 양 단체 사진을 찍고 홍보하는 기관장이나 정치인들이 새겨야 할 메시지다.

모델 B :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는 한 인간의 처절한 이중생활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걸작이다. 낮에는 존경받는 의학박사이자 법학박사이지만, 밤에는 이기적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 주는 것을 즐긴다. 선과 악의 이중인격을 지녔으나, 이중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해리성 인격장애자이다. 사이코패스라고 불리는 이런 사람들이 저지르는 잔혹행위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사회를 병들게 한다. 언뜻 ‘어금니 아빠’가 이 모델의 대표적 인물로 떠오른다.

모델 C : 영화 ‘마약왕’의 실존인물인 이두삼은 우리나라 마약계의 최고 권력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람이다. 낮에는 새마을운동, 반공연맹 등의 관변단체에서 활동하고 기부금도 투척하는 등 애국자 행세를 하면서, 밤에는 마약을 제조하는 이중생활을 했다. 모델 B와 다른 점은 자신의 이중 인격적 삶을 확실히 인식하고 두 인격을 적절히 조절해 나간다는 것이다. 권력자, 공직자, 공적예산 수혜자,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사인(私人)이 이런 유형을 추구할 때 적지 않은 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 조재현이 경기문화의전당 사장 재직 시 경기도 담당국장이 도의회에 출석해 연예계활동으로 전혀 여력이 없는 분을 삼고초려 하여 모셔왔으니 배려해달라는 부탁의 말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연약한 후배 여배우를 비인간적으로 성추행한 여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경기도 공공기관장들은 이중생활을 감시하기엔 너무 멀리 있다. 한 기관장은 근무시간에는 전문가다운 장광설을 늘어놓지만, 퇴근 후에는 이곳저곳 다니며 직위를 이용해 사익을 챙겨 물의를 빚었다. 또 다른 기관장은 주말과 휴일에는 개인카드를 사용하고 주중에 사용한 것으로 위장해 법인카드로 교체 결재하는가 하면, 공금으로 지인들을 위한 선물을 구입하는 등의 탈법행위를 했다.

한 청소년 보호시설에 근무했던 사람들이 필자에게 진정서 작성을 의뢰해 왔다. 그들의 진술에 의하면 이 시설의 대표(목사)는 공금횡령, 성희롱 등을 일삼았다. 공공예산으로 급여를 받는 조리사를 자신이 사적으로 운영하는 또 다른 시설에서 일을 시켜 정작 시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은 적이 빈번했다고 한다. 이 사람이 언론이나 조야에서는 천사처럼 비춰지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새해에는 이런 이중·다중 인격적인 행동을 하면서 선하고 약한 사람들을 두 번 울리는 사람들이 제발 그 가면(페르소나)을 벗었으면 한다. 국민의 피와 땀이 묻어 있는 세금을 쓰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더 하고 싶다. 뭔가 더 하려하지 말고 주어진 것에 충실하며, 더 커지기를 바라지 말고 있는 것에 만족하며 살기 바란다. ‘마이펫의 이중생활’에 등장하는 작은 영웅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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