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염려증은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실제보다 심각한 병에 걸려 있다고 생각하여 불안해하고 공포를 갖는 일종의 강박장애다. 사소한 신체적 증상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의사의 말도 믿지 않는다. 스트레스가 심해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하고 두려움이 심각해지면 우울증도 겪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분석 결과, 만 15세 이상 한국 사람의 35.1%만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생각하고 나머지 65%는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실제보다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여기는 건강염려증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증상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공통점은 병원을 돌며 CT, MRI 등 각종 검사를 반복하는 닥터 쇼핑이다. 이들은 자신의 신체적 증상을 잘못 이해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불안임을 인정하지 않고,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믿지 않는다. 또 몸이 아픈데도 합당한 진단과 치료를 못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극단적인 경우 스스로 중병으로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병에 집착하여 큰 병원이나 유명한 전문 병원을 전전하면서 스스로 질병이나 검사 결과를 연구하거나 의학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4∼5%, 병원을 찾는 환자의 15% 정도가 건강염려증으로 추정된다고 하는 통계도 있다. 지난해 말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국민 1인당 의사에게 외래 진료를 받은 횟수가 한국은 연간 17.0회로 OECD 35개 회원국 중 가장 잦았다. OECD 평균 6.9회를 훌쩍 넘긴 수치며 OECD 국가 국민 중 단연 최고다. 건강에 대한 유별난 한국인의 걱정, 약물 오남용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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