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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문학]드라마 ‘SKY캐슬’이 고마운 이유

 

‘스카이캐슬’은 여전히 명문대 진학에 목을 매는 풍경을 잔인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대학에서 A학점 받는 비법이 ‘교수님 설명을 잘 받아 적는 것’인 점은 절망적이다. 최근 서울대와 명문대 6곳에 합격한 학생이 서울대를 포기하고 미네르바스쿨(Minerva School)에 진학한다는 희망적 소식을 들었다. 서울대 대신 의대를 가는 경우가 아니라서 더 반갑다.

현재 한국은 대학진학률은 80% 이상 고학력화 되었고, 청년 고용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젊은이들의 눈은 높아지고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컴퓨터가 인공지능화 되고 곳곳에서 인간처럼 활동하는 로봇이 등장하고 무인 자동차가 돌아다닐 미래에는 니트족(NEET: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이 그저 평범해지는 시대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성인(25∼64세)의 평생학습 참여율이 유럽 선진국에 비해 절반도 안 된다. 한국의 성인들이 평생학습을 포기하는 이유로는 명문대, 공무원, 대기업을 향한 공부가 좌절된 이후에 눈이 높아진 상황에서 공부의 의욕을 갑자기 잃어버린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마치 스포츠가 금메달을 향한 것과 비슷한데, 최근 체육계 성폭력의 근본적 처방은 스포츠 선진국으로서의 생활체육 강화라고 한다. 운동이든 공부이든 삶을 즐기는 교양이 아니라 출세의 수단이 되면 과잉학력을 갖춘 고학력자들의 사회참여는 줄어들고 운동을 즐기는 천재들도 줄어드는데, 이런 지속적 동기부여의 결핍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으로 GDP가 감소하고 전반적인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발표도 있다.

독일은 세계 상위권 대학이 거의 없는데도 독일 경제가 강한 이유는 사회의 직업 시스템과 잘 연결된 구조 때문이다. 마이스터 제도는 10대에 사회경제 현장을 체험하므로 비언어적 암묵지의 고수가 많아지게 한다. 몸으로 뭔가 만들거나 조작하는 암묵지도 잘 발달하는 나이가 따로 있는데, 암묵지가 발달하려면 시냅스가 가지치기 하는 절정기(10~20세)의 전체체험이 매우 중요하다.

독일의 교육은 암묵지가 좋은 고졸 학력자들이 직업을 잡기에, 전 산업에 히든챔피언 기업이 많아지는데, 이렇게 직업교육과 교양교육이 잘 분리된 나라는 대학에 가는 것이 본인이 스스로 뭔가를 더 배우기 위해서 나이에 상관없이 가는 경향이 있다.

10대의 교육이 사회 현장과 긴밀하게 돌아가면 아이들은 고도의 암묵지와 함께 사회참여로 인해 생기는 자존감을 동시에 키워나간다. 아이들이 공부와 동시에 10대부터 진로에 맞는 사회참여를 하면 실직의 위기를 대범하게 이겨나가는 사람이 된다.

중학생 자유학기제가 독일 수준으로 발달해야 한다면 지금 한국은 걸음마도 떼지 못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공교육의 대규모 혁신적 수술과 기업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므로 지금은 각 가정에서 주도적으로 자기 아이에게 맞는 시기에 공교육의 흐름을 거부하는 자유학기제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

생존과 취업을 위한 공부는 몰입가를 많이 배출하지 못한다. 스스로 뭔가 즐기면서 성인이 되어가는 사회가 장기적으로 더 고수들이 많아지고 더 행복해진다. 명문대 취업률이 낮아지는 마당에 드라마 ‘SKY캐슬’이 고마운 이유는 대다수가 어차피 그런 고액 코디를 붙이는 과외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점이다.

성적을 즐기는 아이들이 아니라 무엇이든 스스로 선택한 동아리활동을 즐기는 아이들이 더 칭찬받아야 그들 중에서 소수의 순수과학 몰입가도 나오고 뭔가 잘 만드는 애들도 나오고 BTS를 능가하는 아이들도 나올 것이다. 독일의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이 대기업보다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젊은이들의 교육제도와 배움의 의지가 성인이 되도록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20세라는 나이에 명문대를 가야만 인정받는 사회구조에서는 건강한 중소기업을 키울 인재는 줄어들게 되며 니트족 실업자가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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