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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와 통찰]좋은 사람, 나쁜 사람, 위대한 사람

 

 

 

(좋은 사람들) 1990년대 말 불어닥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지방차치단체들이 외국투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필자가 경기도 관련 홍보영상물을 제작하기 위해 미국인 몰몬교 선교사 두 명을 찾아가 외국투자가 연기를 부탁했다. 한여름 오후 내내 실내와 실외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촬영을 마치고 수당을 지급하려 하자 받기를 사양했다.

미국의 몰몬교 청년들은 대부분 선교를 위해 집을 떠나는 것이 전통이다. 그러나 순수 자비로 선교생활을 해야 하며, 선교지에서 봉사할 때 절대 대가를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군 관련 업무를 담당할 때 한국에 온 미군장병들을 위한 교육용 비디오를 제작한 일이 있다. 제작완료 전 의견 청취를 위해 홍보전문가와 한미 군 관련 인사들을 초청해 시연회를 열었다. 그런데 미군장교 두 명이 수당지급 문서에 계좌번호를 기재하지 않았다. 회의 참석이 공무수행이므로 별도의 수당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동행한 군부대 소속 통역관이 계좌번호를 적으려 하자 나무라기까지 했다.

(나쁜 사람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해 5·18 관련하여 명예훼손죄로 기소됐지만 치매질환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했다. 그런데 며칠 전 강원도에서 골프를 즐겼다. 한 정당 대변인은 “불편한 신체와 29만원 밖에 없는 경제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골프채를 들고 나선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며 강하게 질책했다.

최근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투기 의혹이 연일 언론과 사람들의 구설에 오르고 있다. 필자와 적어도 필자가 만난 모두는 위법 여부를 떠나 다량의 부동산 구입이 매우 옳지 않은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여당이 집값 안정과 투기억제를 위해 부심하고 있으며, 그녀 자신도 여당의원이 아닌가? 집 장만의 꿈을 포기하는 20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자기 집처럼 느끼기 위해 월세집, 심지어 옥탑방에 멋지게 인테리어를 하고 영화감상 롤스크린까지 설치한다는 이야기는 유머스러움을 넘어 슬프기까지 하다. 손의원이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는 공직자라면 아무리 부동산에 욕심이 있어도 국회의원 임기가 마친 후에 매입했어야 했다.

경기도 산하 한 연구원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보면 말문이 막힐 정도다. 행정사무감사와 냉난방기 이전 등 각종 시설공사 관계자들과 식사 명목으로 수십만 원씩을 썼다. 직원 송년회를 할 식당에서 사전 시식비로 15만 원을 지출한 것에는 웃음이 나온다. 심지어 연구원장과 법인 이사회 임원을 추천하는 임원추천위원회에 식사를 접대하는가 하면, 직원의 채용과 징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들에게 선물까지 제공했다. 이곳이 어린이·청소년·다문화가정·북한이탈자 등의 사회 취약계층을 돌보는 공기관인지 묻고 싶다.

(위대한 사람들) 올해가 3·1운동과 상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 도서관에서 두 명의 독립운동가에 관한 책을 읽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했을 당시 30세, 윤봉길 의사가 일본군들에게 폭탄을 던졌을 때 25세였다. 안 의사 어머니 조마리아는 감옥에서 고초를 겪는 아들을 차마 볼 수가 없어 면회조차 하지 않았다.

사촌동생 안명근을 통해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刑)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라는 당부와 함께 흰색 명주 수의를 보냈다. 안의사는 이 옷을 입고 생의 최후를 맞았다.

윤 의사에 대하여 중국의 지도자 장제스는 “중국 100만 대군도 하지 못한 일을 조선의 한 청년이 해냈다”고 격찬했다. 이들의 위대함을 학창시절부터 익히 알고 있었지만 꽃다운 나이에 이국땅에서 산화한 그들의 삶이 위대했지만 너무 가엾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공직자들이여, 조국을 위해 100만 대군만큼 큰 일은 하지 못할지라도 그 조국이 그대들에게 주는 봉급 값이라도 해주기 바란다. 이번 주말에는 영화 ‘말모이’를 한번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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