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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민속촌을 찾아서

 

오랜만에 한국 민속촌을 방문했다. 아이들 어릴 때 가보았으니 족히 20년은 넘은 듯하다. 그동안 얼마나 변했을까 설렘 반, 기대 반으로 찾았다. 전통가옥과 옛 조상의 생활상을 둘러보고 나오다 외줄타기 공연하는 것을 봤다.

외줄 타는 사내의 익살스런 재담과 삥 둘러선 관객의 호응에 영하의 추위도 견딜 만 했다. 떨어질 듯 부채하나로 몸의 중심을 잡으면서 이리저리 휘청될 때마다 관객들의 염려와 환호가 넘쳤다.

대장장이는 쇠를 달궈 농기구를 만들고 짚신 꼬는 남자의 빠른 손놀림에 뚝딱 신발이 완성됐다. 여기저기 볼거리를 즐기다보니 배가 고팠다. 장터를 찾아 파전과 동동주 그리고 도토리묵을 주문했다. 동동주 한 잔을 들이키자 싸한 기분이 감돌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어머니는 겨울이면 밀주를 담그곤 하셨다. 고두밥을 짓고 잘 띄워놓았던 누룩을 잘게 쪼개어 섞은 후 항아리에 담고 윗방 아랫목에 항아리를 옮기고 이불로 덮어놓고 며칠을 기다리면 항아리에서 술 익는 냄새가 났다.

술 냄새가 방 안에 진동을 하면 어머니는 조롱박에 술을 떠서 아버지를 드렸고 막걸리가 잘 발효되었다고 흡족해하시면 검은콩으로 두부를 만들었다. 검은콩을 불린 후 맷돌로 갈았다. 양이 많아 몇 시간을 맷돌을 돌리기도 했다.

가마솥에서 순두부가 되고 순두부를 두부 틀에 부어 두부가 완성되면 아버지는 이웃 분들을 초대했다. 농경이 끝난 겨울 밤 어른들은 두부김치와 막걸리를 드셨고 우리는 윗방에 모여 찐 고구마를 먹으며 놀곤 했다.

윗집 언니는 이야기를 잘 했고 귀신이야기를 즐겨해 주며 우리를 긴장시키기도 하고 겁을 주기도 했다. 서낭당에 소복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 있는데 친구를 미워하거나 거짓말을 하면 서낭당을 지나갈 때 잡아서 나무에 매달기 때문에 친구와 싸우거나 거짓말 해본 사람은 서낭당을 지날 때 귀신한테 고백하고 용서를 빌어야한다면서 우리를 놀리기도 했다.

어머니는 장독대를 신성시 했다. 장맛이 변하면 집안에 우환이 든다며 장 담그기에 정성을 다했고 늘 장독대를 다독이곤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먹는 동동주와 파전 그리고 도토리묵은 까무룩 잊고 살았던 어린 날을 떠올리게 했고 연탄불에 구워 쪽쪽 찢어먹는 쫀드기는 추억을 부르는 맛이었다. 민속촌에 와보니 예전에는 없던 놀이기구도 많이 생기고 무엇보다 귀신전이 눈길을 끌었다. 어떤 귀신을 목을 360도 돌리기도 하고 어떤 귀신은 혀를 쭉 빼기도 하며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튀어나와 우리를 긴장시켰다.

귀신전과 바이킹 그리고 목마 등 현대와 고전이 함께 어우러져 먹을거리 즐길거리 볼거리를 제공하며 관객을 불러들인다. 민속촌을 돌아보며 우리의 정서는 아직 옛것에 많음은 느낀다. 무엇보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젊은이들이 보기 좋았다. 버선 대신 하이힐에 한복을 입고 그네를 타느라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예뻤다.

우리 고전의상을 차려입은 외국인도 눈에 띄었지만 젊은이들이 옛것을 체험하고 조상의 문화와 삶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대견했다. 오랜만에 찾은 민속촌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현대적이어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유년을 떠올리고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음식을 체험하는 뜻 깊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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