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5·18모욕죄’를 신설하면 해결될까

아직도 ‘중국 물건은 조잡한 싸구려’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변을 둘러보라. 내가 쓰는 물건 중에도 중국제가 많다. 추격하는 정도가 아니라 중국이 우리를 앞선 분야도 많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논문이 매년 5천편으로 우리의 12배나 된다. 작년 GDP는 13조4천억 달러로 1조6천억 달러인 우리의 8배가 넘는다. 인구는 14억명으로 5천백만명인 우리의 27배, 면적은 959만㎡로 우리 10만㎡의 95배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이 우리를 부러워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법치주의와 정치적 다양성이다. 언젠가 중국이 지금 같은 성장세를 멈추고 분열된다면 이 두 가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은 경제와 군사력에서 세계를 주도하고, 9천만 명의 공산당원들이 여론을 주도하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적으로는 우리의 법치제도, 자유언론과 야당의 존재 등을 부러워한다. 그렇다면 외형상 국력이 역전된 지금 우리가 중국에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것이 정치적 다양성인데, 정말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5·18에 대해 각자의 주장을 용인하되 책임이 따라야

지난 8일 이른바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지만원씨와 한국당 의원 3인의 발언이 연일 정치?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광주에서 우익단체 회원들이 모여 ‘가짜 유공자 밝혀내어 광주시민 명예회복하자’, ‘5·18유공자 공적조서 투명하게 공개하라’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했다. 이에 맞서 인근에서는 ‘한국당 망언의원 퇴출, 5·18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을 위한 범시민궐기대회’가 열렸다. 이런 집회는 대구와 서울로 이어지고, 촛불집회도 예정되어 있다. 발언당사자들에 대한 수사도 시작되었다. 한국당에서 징계절차가 진행되었지만, 4당은 의원직제명을 추진하기로 했다. 표현의 자유를 넘는 것이며, 객관적 사실 왜곡이므로 처벌해야 한다고 한다. 현행법으로 안 되면 특별법으로 ‘5·18모욕죄’를 신설한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좀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실의 왜곡과 문제제기를 구분해야 한다. 북한군 개입설은 재판에서 부인된 바 있다. 그러나 여권은 얼마 전 김경수 경남지사 판결이 틀렸다고 한다. 또 유신시절의 시국사건 재판들이 재심에서 대부분 파기되었듯이 판결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한편 5·18유공자에 가짜가 많다는 문제제기에서 명단공개는 개인정보라 곤란하다. 대신 문제제기를 하는 쪽에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여 소송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무조건 언급 자체를 금기시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냉정하게 다시 따져보자. 이미 여러 경로로 재검증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런 발언이 우파의 결집을 노려 정치적 이득을 꾀하는 것이라면 문제다. 마찬가지로 이를 반대하면서 세력규합을 노리는 정치세력들도 민주사회에 역행한다.



다양한 소수가 존재하되 다수로 수렴해야 진정한 민주국가

무엇이 이런 극렬 투쟁사회로 만들었을까? 많은 사람을 동원하여 세력을 과시한다고 사실이 바뀌지 않는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전혀 믿을 수 없는 주장이라면 웃고 넘기는 다수의 여유가 아쉽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본인 다양성을 부인하는 것이다. 다수의 뜻대로 움직이는 사회가 민주사회라면 소수의 뜻대로 움직이면 독재사회다. 전혀 이견이 없는 사회는 전체주의다. 실제로 문제의 발언에 동조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바람직한 해결은 진지한 사회적 검증을 통해서 이런 주장이 더욱 소수가 되게 만드는 것이다. 이들을 강제추방하거나 분리독립시킬 수 없다면 말이다. 역사에 절대적인 것은 없고, 표현에 금기는 없다. 그래서 콜링우드는 ‘모든 역사는 사상사’라고 한 것이다. 5·18문제에 대해서도 누구나 자신의 주장을 하되, 발언에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다른 주체의 발언을 강제하는 것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 다양성이 존재하되 건전한 다수가 이끌어가는 민주주의라야 중국에 대해서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의원직 제명을 당한 사람은 우리 헌정사에 야당 총재였던 김영삼이 유일한데, 발언당사자들을 김영삼 대통령 반열에 올려주자는 것인가.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