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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쌤’이 조직 문화를 바꿀까

 

 

 

서울시교육청이 조직 문화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환영하기도 했지만, 약간의 잡음도 있었다. 그 중에 ‘선생님’을 ‘쌤’으로 호칭하라는 권고는 충격이었다. 물론 이 문제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한 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우선 교육청이 수직적이고 획일적인 조직 문화 혁신이 필요하다고 여러 추진 과제를 밝혔는데 이 또한 수직적이고 획일적이라는 생각이다.

학교에서 구성원끼리 해결할 수 있는 복장 문화 등 자질구레한 것까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따르라(?)는 식의 발표는 이미 교육청과 학교가 수직적 구조로 움직이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게다가 혁신을 핑계로 호칭까지 새롭게 획일화를 조장하는 것도 역시 혁신의 정신에서 멀다.

수직적 구조는 상관과 하관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상관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권력 행사를 하는 것이 수직적 구조의 본질이다. 이것을 멈추는 길은 상관의 의식이 만들어낸다. 아무리 직책이 있는 상관을 ‘쌤’이라고 불러도 그 상관이 제대로 된 철학이 없다면 해결되지 않는다.

아울러 학교의 모든 문제를 상관과 하관의 갈등 관계로만 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학교의 관리자와 교사들은 서로 갈등 관계에 있고 배격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같은 꿈을 실현해 가는 공동체이다.

현재처럼 두 관계를 수직적 구조로만 보고 인위적으로 수평적 구조로 바꾸겠다는 시각은 결국 갈등 관계만 증폭시키게 된다. 두 관계는 바른 역할론으로 접근해야 한다. 상관은 상관으로서 하관은 하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서로의 책무성을 강조하고 직책과 직급에 맞는 소양을 쌓도록 하는 것이 바른 해결책이다.

물론 여전히 상관이 하관에 대한 부당한 권력 행사와 시중들기를 강요하는 조직도 있다. 하지만 지금 학교 문화는 과거와 많이 달라지고 있다. 구성원이 함께 고민하며 성장의 발걸음을 딛고 있다. 권력을 부리는 상관은 그야말로 일부다. 그런데 무조건 학교는 갈등 구조에 있고 그 중심에 관리자가 있다는 판단은 시대에 뒤떨어진 측면이 있다.

일부 관리자로 학교 문화가 경직돼 있다면 관리자 교육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 마치 관리자를 ‘쌤’으로 맞먹으면(?) 수직적 구조가 해체되고 수평적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시각은 전근대적이고 본질에서 먼 처방이다.

호칭으로 얕잡으면 수평적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뒷골목 문화처럼 느껴진다. 학교를 비롯해 사회 조직은 필요한 계급적 문화가 있고, 업무 성과 증대를 위해 꼭 필요한 호칭이 있다. 호칭에는 권위가 있다. 권위는 다른 사람을 통솔하여 이끄는 힘이다. 교육에서 선생님의 권위는 필수다. 힘으로 억압하는 권위주의는 거둬야 하지만, 제대로 행해지는 권위는 조직을 이끄는 필수 덕목이다.

또 호칭에는 조직 구성원 내에서의 당사자의 역할이 명확히 드러난다. 호칭을 부르면서 직책에 맞는 책임도 공유하게 된다. 따라서 직책에 의한 호칭은 의전이나 위계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업무의 효율과 책임을 위해서다. 호칭이 갖는 무게와 위상이 있다면 그것을 적절히 이용해야 교육적 동력이 살아난다. 오히려 이를 저버리면 조직 전체에 역효과가 난다.

학교의 수직적 문화 구축은 우리 사회의 책임이 크다. 교사는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역할만 강조했다. 수업 혁신이 교육을 살리는 길이라고 못 박았다. 교사는 수업이 전부라는 상황에서 교사는 학교 운영에 가담할 수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학교 운영은 교장, 교감에게 집중됐고 이들을 관리자로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 문화가 용인됐다. 관리는 결국 일방적 통제만 양산했고, 조직은 수직적으로 퇴보했다.

학교를 움직이는 교사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그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고, 신뢰와 자율이라는 실천을 부여해야 하다. 결국 교사들의 지적인 성장과 역할론의 성찰이 수평적 문화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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