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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선거제도 개편의 유일한 해법

 

요즘 정치권 최대 이슈는 선거제도 개편이다. 지난 17일 한국당을 제외한 4당은 의원정수를 유지하는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합의했다. 정개특위위원장인 심상정 의원은 의석배분방식에 대해 “국민은 산식(계산 방법)이 필요 없다. 컴퓨터 칠 때 컴퓨터 치는 방법을 알면 되지 부품까지는 알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자판에서 A를 치면 A가 떠야지 B가 뜰지 C가 뜰지 컴퓨터에 맡기지는 않는다. 물론 전문가들이 세부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아직 모른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면 아직 모의실험도 안 해본 안이란 말인가. 전문가로부터 산식이 아니라 개편안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개편안을 ‘개혁’이라 부르는 것도 적절한지 의문이다. 개혁은 법과 제도를 새롭게 그리고 보다 좋게 고치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제도는 전 세계 국가 수만큼 다양하며 정답은 없다. 모든 제도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왜 어떻게 고쳐야 할지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국민을 속이는 결과가 될 것이다. 유신과 전두환시절, 여야 동반당선이라는 1선거구 2인선출, 유정회·전국구처럼 말이다.



국민적 공감이 없다면 현행유지가 최선

논란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26%, 새누리당은 34%를 득표하고도 41%씩 의석을 차지해 비례성을 훼손했다는 주장에서 출발한다. 개편안은 사표를 줄이고 지역구도를 완화한다고 한다. 전혀 틀린 주장은 아니지만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소선거구제는 사표가 많고 다수당에 유리하여 양당제를 만든다. 반대로 개편안은 소수당 의석을 늘려 다당제를 강화한다.

그런데 양당제는 국민이 집권당을 선택하지만, 지금처럼 과반수 정당이 없는 다당제는 정파간 연합으로 집권세력이 결정된다. 국민의 뜻과 다를 수 있다. 특히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우리 국회에서 갈등만 커질 수 있다. 개편안의 ‘사표 방지’ 주장은 엉뚱하다. 진짜 사표는 지역구에서 낙선자를 지지한 표인데, 더불어민주당은 37%로 110석, 새누리당은 38%로 105석을 얻어 생각만큼 사표가 많지 않다.

현행 정당투표는 비례대표 선거이지 전체 의석에 대한 투표가 아니다. 사표를 줄이려면 과반수 득표자만 당선되는 결선투표가 필요하다. 선거제도는 권력구조 안에서 봐야 하는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모범이라는 독일과 뉴질랜드는 의원내각제다. 우리는 41%로 당선되어도 대통령에 권한이 집중된다. 그렇다면 대통령에 대한 견제가 논의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국회가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야 소수도 존중받을 수 있다. 따라서 다당제 강화는 해결책이 아니다. 권역별 배분방식이 지역주의를 극복한다는 것도 허황된 가설이다. 비례대표명부에 각 당이 취약지역 출신을 추천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개편안처럼 권역별 득표율로 배분하면 각 당이 취약지역에서 한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지역주의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또 300석을 유지하려고 연동형 비율을 50%로 한다는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득표율로 의석수를 정하고 미달되면 비례의석으로 채우는 것이 연동형인데, 배분된 의석보다 지역구에서 더 당선될 때 발생하는 초과의석은 50%만 반영한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정당별 이해득실이 아닌 국민적 합의로 추진해야

의석수를 늘리지 말라는 여론은 국회가 제대로 일하라는 말일 뿐이다. 30개 의석을 줄이는 한국당 안은 지역구 의석이 늘어 의원들만 좋아할 안이다. 민주당의 경우 한국당과 이해관계가 같지만 한국당을 공동의 적으로 만들기 위해 개편안에 참여했다고 추정된다. 선거제도 개편의 유일한 해법은 서둘지 않는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에 맞춰 졸속으로 개정하는 것은 국민의 뜻이 아니다.

선거제도는 ‘게임의 룰’인데 패스트트랙을 통해 4당만으로 개편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늘 여야 합의로 처리했던 몇 안 되는 빛나는 전통을 깨는 것이다. 더구나 각각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석패율제, 선거연령인하 또는 공수처법을 끼워 넣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합의가 안 되면 현행유지가 낫다.

지금이라도 여야합의를 추구하되 차기에 안 되면 차차기에 적용하자. 지방선거에서 먼저 적용해 봐도 좋다. 대다수 국민이 이해하고 동의하는 개편이 아니라면 국민을 주인에서 객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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