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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한방이 필요한 ‘심상치 않은 서른 셋’

참고서 편집인 서른세 살 ‘영오’
아버지 유품에 적힌 ‘세 사람’
많이 부족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유쾌하게 찾아가는 감동 전해

 

 

 

2016년 한국경제 신춘문예에 장편소설 ‘집 떠나 집’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한 하유지 작가의 장편소설.

참고서 편집자인 서른세 살 영오에게 죽은 아버지가 남긴 것은 월세 보증금과 밥솥 하나, 그 안에 담긴 수첩이 전부다.

어머니가 4년 전 폐암으로 죽은 뒤 겨우 6~7번 만난 아버지였다.

앞뒤 맥락도 없이 수첩에는 세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만이 적혀 있다. 영오는 아버지가 경비원으로 일했던 학교의 교사인 홍강주를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나머지 두 명을 찾아 나선다.

“200그램쯤의 무게만 겨우 버티는 조금만 플라스틱 고리” 같고 “사는 게 너무 바빠, 숨과 숨 사이가 서울과 부산 사이보다 먼” 서른세 살 여성 오영오의 고단한 삶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제법 웃기게 생기고 의외로 괜찮은 커다란 금이.

미지는 영오가 편집한 ‘튼튼국어’를 풀다가 문제가 재밌다는 이유로 매일 전화를 거는 열일곱 소녀다.

홍강주가 교사로 일하는 새별중학교 학생이며 졸업을 앞두고 있다.

치킨 가게를 열어 큰 성공을 거둔 엄마는 고등학교 진학을 거부하는 미지와 12월 31일 회사에서 기막히게 잘린 아빠를 귀양 보내듯 개나리아파트로 쫓아냈다.

옆집에는 성격이 괴팍한 할아버지 두출이 산다.

미지와 두출은 ‘버찌’라는 고양이를 통해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우정을 쌓아간다.

영오와 미지, 세상과의 관계가 서툴렀던 두 사람은 어김없이 관계가 서투른 사람들을 만나며 어쩔 수 없이 세상 밖으로 나선다.

물론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삶에 한방 얻어맞기 전까지는. 그리고 닫힌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더 큰 한방이 필요하다.

서른세 살과 열일곱 살, 사는 게 나름 심상치가 않을 나이. 서른세 살 영오와 열일곱 살 미지가 사는 모습 또한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어딘가 절반쯤 비어 있는 것 같은 삶. 그런데 돌이켜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너무 멀리 와 있고, 돌아갈 수는 없다.

‘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은 시종일관 담백하게 또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열일곱도 좌충우돌이고 서른셋도 어김없이 서툴고 그러니까 마흔 너머의 삶도 어딘가 부족하지 않을까.

어딘가 심하게 부족한 사람들이 부족한 사람들을 만나 유쾌하게 삶을 채워가는 이야기.

죽은 아버지가 남긴 수첩, 거기에 남긴 이름에서 시작한 작은 기적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선의 감동이 시작된다.

/정민수기자 j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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