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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황교안의 과제

 

 

 

이번 4·3 재보선의 결과를 보면 단순히 여야 간 1:1 무승부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한국당이 의외로 창원 성산에서 상당히 선전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가, 창원 성산에 상주하면서 올인한 황교안 대표 덕분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가장 주된 이유는 정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이기 때문이다. 바로 유권자들의 ‘분노투표’가 이번 재보선의 결과를 낳았는 것인데, 이는 이번 재보선의 높은 투표율이 증명한다. 투표율이 높으면 특정 지역에서 강세인 정당 조직의 선거에 대한 영향력이 물타기 된다.

상황이 이러면 민심이 좀 더 정확히 반영되는데, 이번 재보선 역시 높은 투표율 때문에, 창원 성산 지역에서 강세인 진보세력 조직의 선거에 대한 영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던 것 같다. 만일 해당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왔던 진보 세력의 조직력이 제대로 위력을 발휘됐다면, 범여권 단일 후보가 그렇게 고전할 리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당 조직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분노한 민심’이 적극 투영됐다는 점은, 현 정권의 경제 실정이 한국당에게 반사이익을 안겨줬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당내 입지가 이번 선거를 통해 강화됐을 수는 있다. 창원 성산에서의 선전 뿐만 아니라, 통영 고성에서 압승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과거보다 강해진 황교안 대표가, 더욱 선명한 대여 투쟁을 이끌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번 재보선의 결과가, 정권에 대해 성난 민심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당 지도부가 모를 리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교안 대표가 알아야 할 것은 또 있다. 대여 강경투쟁만으로 중도 층의 지지를 흡수해서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기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황교안 대표는 대여 강경투쟁 이외에도, 중도 층을 흡수하기 위한 당내 정리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황교안 대표는 우선 지난번 5·18 망언 사태에 대한 당의 분명한 입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극단적인 정치적 입장을 가진 소수의 유권자 말고는 5.18 망언에 공감하고 지지할 유권자는 지극히 소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망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갖고 사태를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정권에 대해 분노한 민심을 한국당에 머물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한 정리 이외에도 황 대표가 해야 할 것이 또 있다. 바로 내년 총선에 대비한 이른바 ‘물갈이 작업’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정치권의 ‘물갈이’의 효용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 사람만 갈아치운다고 우리나라 정치판이 정화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정치 신인의 국회 진입 비율이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다. 모든 총선에서, 정치신인들이 국회에 입성하는 비율이 50%를 넘거나 아니면 5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당들의 물갈이를 통해 많은 정치 신인들이 의원 배지를 달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 정치판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어느 누구도 단언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정당들의 ‘물갈이’ 시도는 단지 ‘보여주기 식 정치’라고 평가하지만, ‘정치는 현실’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보여주기’가 필요할 때는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정당의 의무다. 정당은 유권자의 뜻을 무조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정치권의 물갈이를 간절히 바라는 성향이 강하다.

우리나라 정치문화 속에는 ‘정치의 인격화’, 즉 정치를 사람 중심으로 바라보는 성향이 강한데, 그렇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물갈이를 하면 우리나라 정치판이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물갈이를 많이 한 정당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이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정당은 이런 유권자의 요구에 호응해야 한다.

결국 황교안 대표는 이런 이유에서 공천 물갈이를 단행해야만 내년 총선에서 이기는 정당을 만들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황 대표 체제가 그런 과제를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수행하느냐는 결국 황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지금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순위 1위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 어느 정도 유지되느냐는 앞으로 황 대표 자신의 정치 행위에 달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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