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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천년꽃절, 선암사 1

 

 

 

천년 꽃절이라는 수식어가 참 잘 어울리는 선암사는 이른 봄에 다녀오기 좋다. 2018년 한국의 전통산사 7사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그 7사찰 중 하나가 바로 선암사이다. 오늘은 봄과 잘 어울리는 선암사로 여행을 떠나보자.

본격적인 선암사 여행을 떠나기 전에 선암사하면 손꼽히는 4가지 특징을 먼저 살펴보자.

첫째, ‘천년’이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선암사는 천년이 넘은 사찰이다. 창건 시기는 백제성왕 5년인 527년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설과 함께 통일신라 875년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설 2가지로 크게 나뉜다. 하지만 창건설화 두 가지 모두 천년을 훌쩍 넘겨서 ‘천년사찰’이라는 타이틀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둘째는 ‘꽃절’이라는 이름에 맞게 천연기념물 제488호인 매화가 있는 곳이다. 선암사에 있는 매화라 해서 이름 또한 ‘선암매’라는 별도의 명칭이 붙어 있을 정도로 선암사의 매화는 유명하다. 셋째는 승선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로 손꼽히는 승선교는 사진작가들의 단골 촬영지이다. 넷째는 선암사의 숨겨져 있는 특징으로 승려들이 결혼할 수 있는 태고종의 총본산이라는 점이다. 보통 승려들은 결혼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태고종에서는 승려들의 결혼이 허락된다.

그럼 본격적으로 선암사로 출발해보자. 주차장에서 내려 조금만 오르다보면 승선교를 만난다. 길이 14m, 높이 7m의 승선교는 ‘신선이 되어 오르는 다리’라는 의미로 보물 400호로 지정돼 있다.

승선교를 만날 때는 다양한 눈과 마음으로 다가서야한다. 먼저 부처님을 만나러 가는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마주한다. 이는 선암사로 오르는 길에서 승선교를 마주해야 한다. 이 때 보이는 승선교는 승선교와 아래로 흐르는 물길, 그리고 강선루가 모두 제각각 따로 노는 모습이다. 세상의 복잡한 마음들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비탈길을 조심스레 디디며 승선교 아래로 향한다. 승선교 아래에서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승선교 홍예 안으로 강선루가 살포시 안기듯 들어오고, 승선교 아래 물길에는 강선루와 승선교의 반영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승선교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 아름다운 광경은 세상의 복잡한 마음들을 모두 물에 흘려보내야 비로소 보인다. 마치 마음을 깨끗이 비워내야 또 다른 것들로 채워질 수 있음을 강조하는 듯 우리에게 이야기를 걸어온다.

비워진 마음속에 승선교를 한껏 담아보자. 계곡의 바위를 기단삼아 홍예석을 규칙적으로 돌려 쌓고, 그 위로 불규칙한 크고 작은 돌들을 쌓아 올려 다리를 완성했다. 그리고 걸어 다니는 길에는 흙을 덮어 마무리했다. 불규칙한 돌들을 쌓아 올렸지만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다.

승선교 홍예석 중앙에 용머리 형상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점이 독특하다. 이 용머리를 뽑아내면 다리가 무너진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용머리 형상은 다리의 균형을 맞추는 중심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러운듯하면서도 정교한 짜임새가 두드러지는 승선교는 어떤 마음으로 세워졌을까.

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전설이 하나 전해온다. ‘조선 숙종시기 호암대사가 관음보살을 뵙기를 기원하며 백일기도를 드렸지만 그 기도는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낙담한 대사가 벼랑 밑으로 몸을 던지려 하자 홀연히 한 여인이 나타나 대사를 구하고 사라졌다. 대사는 자신을 구해준 여인이 관음보살임을 깨닫고 원통전을 세워 관음보살을 모신 후, 이 곳에 승선교를 세웠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이 승선교에는 관음보살에 대한, 부처님에 대한 호암대사의 마음이 담겨 있는 셈이다. 그 마음이 돌 하나하나에 담겨 지금처럼 아름다운 승선교를 탄생시켰으니, 승선교의 아름다움은 시대를 넘어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봄 선암사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눈과 마음으로 승선교를 밟아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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