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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동칼럼]뒤가 구리면 처음부터 고사가 답이다

 

 

 

 

 

청와대나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아무리 잘 되어 있다고 해도 자신이 자신을 하는 검증만큼 솔직하고 정확한 게 없다. 뒤가 구리다면 처음부터 제의를 받았을 때 고사(固辭)하는 것이 옳은 처사다.

역대 정부마다 장관을 지명한 후 열리는 청문회를 바라보는 국민은 분노가 인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반복되는 이런 형태에 대해 정치권을 향한 불신과 분노는 곳곳에서 지축을 흔들고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진리는 영원하다. 지금에 와서, 인사청문회 제도 때문이라는 말은 온당치 않다.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편법증여, 탈루, 병역 회피 등을 하고 고위 공직을 맡는다는 것은 옳지 않다.

언론이나 사회가 나서서 검증하느라 연일 난리를 피기 전에 본인 스스로가 먼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 청문회를 스스로 해서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지를 물어보고 자신(自信)이 있으면 그때 나서야 한다.

국민들은 정말 짜증스럽다. 실망스러워서 더더욱 그렇다. 이제껏 국민이 알고 있던 ‘그가 아닐 때’ 실망은 더 크다. 늘 모범적이고 정의로운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한 인사들이 이런 저런 불미스런 건들이 들쳐질 때, 그것도 충격이다. 고달픈 일상에 ‘아, 그런 좋은 면도 있었구나’하고 감탄을 주지 못할 망정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탄식이 더 이상 안 나왔으면 좋겠다.

하긴 풍파 많은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흠집 하나 없이 여기까지 오긴 쉽지 않다. 장관 제의가 오면 밥사발 받듯 덥석 받아들이면 안 된다. 자신은 물론 가문(家門)의 망신이다. SNS 시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도입된 지 18여 년이 지난 제도다. 여러 차례 청문회 관문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경우도 허다하다.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후에 자진 사퇴한 경우도 한 두 번이 아니다. 본인들은 억울하게 생각하는 면도 있을 상 싶다.

그러나 국민들의 평균잣대에서 볼 때, 분명 지나쳤다고 보기에 그렇다. 잘못 나섰다가는 모든 명예를 잃어버린다. 심지어 가족들이 받는 타격 또한 상상이상 일 것이다. ‘법·원칙·신뢰’는 정권을 잡는 이들마다 줄 곧 내세운 정치적 자산이 아닌가. 이로 인해 국민적 믿음이 약해질 수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청문회를 하는데 너무 개인적인 신상에 집중하니 능력이나 소신·철학을 펼칠 기회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청문회 제도를 미국과 같이 신상에 대한 문제는 비공개로 하고, 공개적으로 직무능력이나 업적·철학이나 소신 같은 부분을 알리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든가, ‘예전의 관행들이 있는데 요즘 분위기로 재단하는 것 같다’는 말도 있다.

물론 잘못이 있으면 청문회 제도도 고쳐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 이제껏 걸어온 잘잘못을 비공개로 할 필요는 없다. 비록 모든 이가 한 잘못도, 고위공직자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덮어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훌륭하고 능력 있는 인재들이 그렇지 않은 인물보다 훨씬 많다.

소위 ’캠코더‘로 불리는 주변에서만 인물을 찾지 말고 보다 시야를 넓혀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좋은 인재들이 공직을 꺼릴까 걱정스러운 면도 있다. 그건 기우(杞憂)다. 후보자가 떳떳하고 당당하면 문제가 되질 않는다. 개인의 인격을 과도하게 상처내지 않고 실질적인 능력과 소신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주면 된다.

청렴해야 한다. 여기에는 누구도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공직을 악용할 소지가 있고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그렇다. 청문회는 국회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언론이 손 놓고 있겠는가. 국민들은 시시콜콜한 일이라도 알 권리가 있고, 국회나 언론은 알려야 할 책무가 있다.

인사청문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병역기피, 논문표절, 탈세 등을 따지는 것을 어찌 ‘신상(身上)털기’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것들은 도덕성을 판별하는 필요불가결의 요소들이 아닌가. 야당도 발목잡기가 아닌 능력과 청렴성을 검증해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정말, 잘 하는구나’하는 평을 들을 수 있게 인사청문회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 경기가 하강(下降)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점점 더 꽁꽁 얼어붙고 있다. 풀어가야 할 시급한 민생 문제도 산적해있지 않은가. 인사청문회에 발목이 잡혀 꼼짝달싹 못한다면, 그 피해는 국민이 몽땅 끌어 앉게 된다. 철저하게 검증하되, 여·야의 정치적 손익을 따지지 말고 국민의 잣대로 도덕성과 품위, 자질을 검증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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