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으로 볼 때 링컨은 참으로 불쌍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다. 그의 일생은 온통 가난, 슬픔, 시련, 고통, 불행, 실패, 좌절로 점철돼 있다. 침울함과 슬픔, 이것이 그의 심적 기조였음에 틀림없다. 절대자는 어쩌면 그렇게도 모질게 그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을까.

링컨은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숙명일까? 가난은 줄기차게 그를 따라 다녔고, 그는 가난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지금은 링컨 출생지 국립공원이 된 켄터키주 하젠빌의 오두막집에서 그는 무식하고 가난한 사냥꾼의 아들로 태어났다. 7세 때 가족과 함께 인디애나주의 인적 드문 숲 속으로 들어가 14년간을 살게 된다.

그곳이 지금은 링컨의 소년시절 국립공원으로 보존되어 있는데, 9살 때 죽은 어머니는 지금도 그 마을의 공동묘지에 묻혀 있다. 그곳에서 그는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채 아버지를 도와 노동을 했고, 미래에 자신이 해방시킬 노예들이 겪었던 것보다 더 끔찍한 가난을 견뎌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19세 때 사랑하는 누나가 죽는 아픔을 맛본다.

그 후 링컨은 22살 때부터 6년간 일리노이주의 뉴세일럼에 살았는데, 그곳에서 남의 집 점원과 뱃사공으로 일하기도 했다. 거기서 그는 크나큰 아픔을 경험한다. 앤 러트릿지라는 여성과 깊은 사랑에 빠졌는데, 그녀가 그만 장티푸스에 걸려 죽고 만 것이다. 청천벽력 같은 충격을 받은 링컨은 실성한 사람처럼 중얼거리며 다녔고, 넋이 나간 사람처럼 오랫동안 멍하니 앉아 있기 일쑤였다.

당시 링컨은 저 유명한 데일 카네기가 묘사한대로 ‘일리노이주에서 가장 슬픈 사람’이었다. 친구들은 그가 자살하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였다. 급기야 그는 신경쇠약과 정신분열증세로 병원에 입원했고, 그 후 평생을 심한 우울증 환자로 살아야 했다.

그의 생전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링컨이 41세 때 둘째 아들 에드워드가 죽고, 대통령 재임 중인 53세 때 셋째 아들 윌리암이 죽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아들들에게 유별나게 정을 쏟았던 링컨으로서는 도저히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의 결혼생활은 불행했다. 잘 알려진 대로 링컨의 부인 메리 토드는 악처였다. 예정된 결혼식이 취소되고, 다시 만나 사귀고, 결혼 바로 전날까지 갈등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링컨은 허영심으로 똘똘 뭉친 그녀와 사랑 없는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결정을 했을 때 링컨은 이미 가정의 행복은 포기한 상태였다. 실제로 링컨은 메리 토드와 살면서 심한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링컨의 한 전기는 ‘그의 아내는 벌컥 화를 내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먹던 커피를 링컨의 얼굴에 확 뿌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불행한 개인사를 떠나 그가 거듭했던 27번의 공식적인 실패 또한 잘 알려져 있다. 그 중 주요한 것을 살펴보자. 22세 때 사업실패를 시작으로 23세 주의회 의원선거 낙선, 24세 사업파산, 29세 주의회 의장선거 낙선, 31세 주의회 대통령선거위원 낙선, 34세 하원의원 공천 실패, 46세 상원의원 낙선, 47세 부통령 후보 경선 실패, 49세 상원의원 낙선으로 이어졌다. 거듭된 실패 끝에 51세 때 극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링컨처럼 많은 시련과 실패를 겪은 사람이 있을까? 그는 얼핏 실패의 전문가처럼 보인다. 그렇다. 그는 실패에 익숙한 사람, 아니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데 있어서 진정한 전문가다. 그는 자신에게 들이닥친 숫한 불행과 슬픔, 시련과 역경을 겪으면서 낙심할지언정 거기서 주저앉지 않았다. 어떤 어려움도 떨쳐버리고, 그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다시 일어선 링컨은 그만큼 더 강해져 있었다. 그리고 심기일전해 새로운 일에 또다시 도전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보통사람이라면 거듭되는 불행 앞에서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며 좌절할 법한데, 그가 더 강한 사람으로 일어서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불행과 고난과 실패에 굴하지 않고 분연히 일어서는 링컨의 삶 자체가 거친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산 교훈으로 다가온다. 특히 나약해져서 웬만한 외적 자극에도 쉬이 상처받고 좌절하고 포기하기 십상인 요즘의 젊은이들은 링컨의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불굴의 투지를 본 받아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