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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정조의 건축]동남각루 中

 

수원화성 동남각루의 연혁을 살펴보면, 1796년 7월 정조의 지시에 의해 창건되었고 어느 때인가 소실됐으나 그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다. 다만, 1917년 수원 지도에서 동남각루는 보이지 않고 치성만 확인되는 것으로 볼 때 소실된 하한선은 구한말과 일제강점 초기로 추정할 수 있다.

동남각루의 복원은 1978년대 수원성 복원정화사업 4단계에서 포함돼 1천682만원이 들었다.

동남각루의 해체보수는 2016년에 있었는데 당시 각루는 복원한지 약 30년이 되어 초석이 내려앉고 기울어진 상태였다. 공사 이전 보수설계 단계에 필자는 운 좋게 참가할 수 있었다.

보수설계의 목적은 현황시설을 그대로 해체복원을 하는 것이지만, 필자는 당시 해체보수를 통해 혹시 잘못된 문제가 있으면 원형을 찾는 기회로 삼고자 하였다. 역사자료를 치밀하게 검토하고 이를 근거로 복원설계도를 작성했다.

그 결과 여러 문제점이 돌출되었는데, 첫째는 용마루의 방향이 남쪽을 향하지 않고 동쪽을 바라보고 있는 점이다. 둘째는 계단이 있는 후면부에 계단이 중앙에 있고 벽이 흙벽으로 되어 있는 점이다. 셋째는 1층에 있는 군인이 사용하는 온돌방의 위치가 성벽 쪽에 있다는 점이다.

1970년대 복원에서는 의궤의 재용(財用)보다는 건축도(투시도)를 크게 참조했던 것 같다. 투시도는 보통 공사 이전에 만들어 발주처에 보고하거나 공사 참고용으로 사용된다. 공사 도중 설계변경은 종종 일어나지만, 투시도를 다시 제작하는 경우는 없으며 이는 현대에서도 마찬가지다.

화성성역의궤의 내용 중 건축도와 자재를 사용한 재용(財用)의 내용이 조금씩 다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설계변경 없는 공사는 없기에 투시도는 실제와 다소 오차가 있어 투시도만을 100%로 신뢰하는 것은 위험하고 재용을 더 꼼꼼히 살펴야 한다.

용마루의 방향은 건물의 정면을 정하기 때문에 외관적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런데 새로 만든 복원설계도에서 용마루 방향은 복원된 건물과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재용을 참고로 여러 번에 거쳐 다시 복원설계도를 만들어 보았지만 역시 용마루 방향은 다르게 나타난다. 이에 해체보수공사에 반영하고자 하였으나 한번 만들어진 형태를 변화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혹시 시간이 흘러 다시 해체복원이 있을 때 이를 참고하였으면 하는 마음에 내용을 옮겨본다. 필자가 만든 복원설계도에서 용마루의 방향에 대한 근거는 계단이 있는 북측면에 중앙기둥이 없다는 점이다. 기둥이 없어짐으로써 하나밖에 없는 대들보의 방향은 동서로 걸치게 되고 충량과 덕량은 대들보에 걸려 남북방향이 된다.

구조역학의 관점에서 보면, 동남각루는 정방형으로 용마루의 하중을 남북방향의 충량과 덕량으로 전달할 것인지 아니면 동서방향의 대들보에 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용마루의 하중을 충량 및 덕량에 전달하면 이는 다시 대들보에 전달되고 덕량은 계단이 있는 외부 도리(14척)로 하중이 전달된다.

그러면 긴 외부 도리는 서까래의 하중과 덕량이 받는 하중까지 더해져 가장 많은 하중을 받게 된다. 한 부재에 하중을 집중시키면 부재가 커져야 하고 이로 인해 다른 부재도 함께 커지는 불합리함이 발생한다.

배치 디자인 측면에서 보면, 동남각루는 남성(南城)과 평행하게 세워져 있는데 이점은 서북각루가 북성(北城)과 평행한 것과 같은 개념으로 용마루 방향을 풀어나가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각루의 정면은 남쪽으로 화성 팔달문으로 진입할 때 용마루 방향이 어떤 모습이어야 했을까.

답은 바로 정면성이다. 참고로 남공심돈은 건축도에서 용마루 방향이 동남각루와 같이 동향을 정면으로 하고 있으나 1907년 헤르만 산더의 사진을 보면 이와 다르게 남향을 향하고 있다. 여러 가지 정황을 볼 때 동남각루의 용마루 방향은 남향한 것이 옳다고 보며 화공이 그린 건축도만을 가지고 복원하는 일은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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