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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잡초 같은 인생

 

흔히 힘없고 배고픈 사람들은 스스로 잡초 같은 인생이라고 자조(自嘲) 섞인 말을 한다. 얼핏 잡초야 말로 무용지물로 보인다. 이름도 없고 볼품도 없고 소용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잡초요, 잡풀이다.

그런데 잡풀에도 꽃이 맺힌다. 소위 이름 없는 풀꽃이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잡초와 잡목은 하찮은 지상의 존재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무시한다. 무시할 뿐 아니라 함부로 밟고 지나간다. 그래도 살아나는 게 잡풀이요, 잡목들이다. 잡초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인한지 알고 싶다면 잠시 시골 땅에 내려가 보면 안다.

요즘 농촌에 빈 집이 많다. 집도 사람이 살 때 비로소 가옥노릇을 한다. 빈집을 석 달만 버려두면 폐가가 된다. 제일 먼저 잡풀 잡목들이 달려든다. 그들이 폐가를 뒤덮는다. 잡풀이 키를 넘어서면 인력으론 그들을 제압할 수가 없다. 뽑고 뽑아도 돌아서면 또 다시 잡풀 잡목이 자라난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멸망하면 제일 먼저 번성할 것이 잡초들이라고 한다. 그 잡초 잡목들도 가지가지다. 땅에 붙어사는 식물, 민들레 같이 겨우 잎을 피우고 꽃을 만드는 잡풀이 있는가 하면 갈대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는 잡풀도 있다.

그러고 보니 잡풀들이야 말로 우리 인간들의 삶과 비슷하지 않는가? 사람도 계층이 있다. 가진 자와 없는 자, 권력자와 서민들, 고용자와 피고용인, 한 마디로 잡초처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잡초들이 영역을 넓혀 가듯이 더 가지려고 더 높이 오르고자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승의 세계는 장미와 같은 화려한 인생이 있는가 하면, 패랭이처럼 음지에서 남몰래 꽃을 피우고 사는 힘없는 인생들도 많다.

잡초가 척박한 토양에 뿌리를 뻗고 살듯이 사람도 한 많은 이 세상을 힘들게 살아간다. 생활이 이렇게 핍박하니 해마다 귀농귀촌을 바라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그들은 유행가의 한 자락처럼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임과 함께 단 둘이서 오순도순 살고 싶어 시골로 간다.

과연 시골의 전원생활이 그들이 생각하듯이 그렇게 편안하고 행복할까? 마을에서 외딴 곳에 양옥집을 짓고 살면 겉으로는 근사해 보이지만 가는 순간부터 전쟁이다.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들 때문에 손 놓을 사이가 없다. 잡초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집안 잡초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서마지기 밭에다 농작물의 씨를 뿌려놓으면 작물 보다는 잡초가 먼저 자란다. 비닐로 덮고 제초제를 뿌리지만 끈질긴 잡초의 생명력 앞엔 해도 해도 일이다. 한 쪽을 메고 나면 또 저 쪽에서도 자란다. 그러니 조용하게 여생을 살고자 초원 위에 집을 지었건만 이건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잡초가 무성하면 그걸로 그치는 게 아니다. 온갖 해충들이 달려든다. 파리, 모기, 노랑이, 진드기는 물론이고 심지어 뱀과 개구리 지네까지 들어와 산다.

그러나 잡초가 자라지 않는 땅은 불모의 땅이다. 자갈밭에선 잡초가 드물다. 사막 위엔 인가도 없고 잡초도 보이지 않는다. 잡초가 무성하다는 건 그만큼 토양이 비옥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놈의 잡초를 어찌하랴,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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