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아침시산책]노을 속으로

노을 속으로

                         /이성목

하늘을 날아가는 새

그림자가 땅바닥에 나뒹굴며 매달려 간다

몸이 시커멓게 멍든다

고통이 공중을 가득 채운다

훨훨 날아오르는, 새털 같은 생이란 없다

소실점을 향하는 새

그림자가 닳아서 없어질 때까지

새는 하늘을 몇 번이나 움켜쥐었다가 놓았을까

발톱이 박힌 곳마다

붉게 핏물이 스며 나온다

피 흘리지 않고는 사라질 수 없는

목숨이 몸 안에서 두근거린다

새가 머리 위를 지나가는 순간인 듯

- 이성목 시집 ‘함박눈이라는 슬픔’

 

 

훨훨 날아오르기만 하는 생이 어디 있겠는가. 노을 속 소실점을 향하여 날아가는 새의 그림자처럼 땅바닥에 나뒹구는 생이 있을 뿐이다. ‘하늘’같은 권력(權力)이나 재력(財力) 혹은 무력(武力)이라도 마침내는 모두 그 그림자마저 닳아 없어질 뿐이다. 우리는 그런 ‘하늘’을 잡아보려고 몇 번이나 핏물을 흘렸던가. 그럼에도 여전히 ‘목숨’은 두근거린다. 그런 삶이 곧 생의 의미라는 듯 ‘목숨’은 풀이 죽지 않는다. 생이 가볍거나 무겁거나, 잘 나거나 못나거나, 잘 살거나 못살거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는 두근거리는 ‘목숨’을 끌어안고, 동병상련의 정으로, 서로 어깨를 겯고 나아갈 뿐이다./김명철 시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