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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향한 싸움과 희생… 그리고 화해

‘5·18’ 관통해 살아온 사람들
서로 소통하며 치유하는 이야기
독재타도 외친 시민군인 ‘작가’
소설에 실전적인 현장감 느껴져

 

 

 

2017년 5월 18일, 제37회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장.

“때로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만 않았더라면 아빠, 엄마는 참 행복하게 살아 계셨을 텐데. 하지만 한 번도 당신을 보지 못한 불효가 이제 당신보다 더 커버린 아이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당신을 이렇게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당신이 제게 사랑이었음을… 사랑합니다. 아버지!”

단상의 여인이 아버지를 그리며 눈물을 흘렸고, 추도사를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온 여인을 문재인 대통령이 뒤따라가 한참 안아주며 위로한 장면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작가는 5월이 돌아오면 어디선가 ‘와~’하는 함성과 독재타도를 외치는 시위대의 구호소리가 들려올 것 같다고 말한다.

또한 ‘님을 위한 행진곡’의 비장한 시작과 보리밭 같은 하늘에 시위대가 흔들어 대는 태극기가 펄럭일 것만 같다고 얘기한다.

5월이 잔인한 계절이라고 말하는 작가에겐 아직도 5월의 중심에 ‘5·18’이 있기 때문이다.

그날로부터 39년이 흘렀지만, 5·18을 관통해서 살아온 사람들은 여전히 고통과 증오, 한, 미움, 용서, 화해, 사랑 등을 마주하고 있다.

작가는 심리학자 칼 융이 “고독은 내 곁에 아무도 없을 때가 아니라 자신에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을 의사소통할 수 없을 때 온다”고 말한 문장을 보고 원하는 답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39년 동안 마주하며 살아왔던 것을 이제는 밖으로 끌어내 소통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소설 ‘5월 18일생’이 그 첫 번째 결과물이다.

‘5월 18일생’은 1980년 5월 18일에 태어난 여자와 그녀의 엄마, 그리고 공수부대원까지 세 명이 5·18로 인해 찢겨진 상처를 안고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다가 결국은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 서로 소통하며 치유한다는 내용으로, 민주주의를 향한 그들의 싸움과 희생이 담겨 있다.

또 5·18과 광화문광장 촛불을 관통하며 증오와 고통, 용서와 사랑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작가는 5·18 당시 재수생으로 매일 전남도청 앞에 나가 독재타도와 민주주의를 외친 시민군으로 현장에서 시신수습과 관을 옮기면서 치열하게 투쟁했다.

그런 와중에 공수부대에 붙잡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지금 살아있기에 이 글을 쓴다는 작가의 소설에는 실전적인 현장감이 느껴진다.

작가는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인지 자문하고 이에 “나는 산과 저수지로 둘러싸인 시골에서 태어나 1980년 5월 공수부대에 맞서 민주주의를 외쳤고, 그 후 독일 유학에서 돌아와 교수로서, 영화감독으로서 치열하게 꿈을 쫓아 살고 있다. 그러나 보통사람이다”라며 “초등학교 때 ‘국군아저씨에게’로 시작해서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로 끝나는 위문편지 쓸 때의 국군에 대한 그 마음이 지금도 변치 않았다. 그 아이가 커서 그 자신도 30개월 국방의 의무를 다 했고 지금은 그의 두 아들이 군 복무중인, 열심히 살아가는 두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 보통의 아버지다”라고 전했다.

/최인규기자 choiin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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