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아포리아] 비난하기와 요청하기
[부부아포리아] 비난하기와 요청하기
  • 경기신문
  • 승인 2019.05.2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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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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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도선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수석강사
조도선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수석강사

 

본인에게 불평하지 않거나 어떠한 불만도 갖지 않는 배우자가 과연 존재할까? 마음 속에 있는 불평과 불만은 어떤 방식으로든 밖으로 표현된다. 이것이 지나치게 강하고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나타나면 갈등이 발생하고 부부 다툼으로 이어진다. 부부로 사는 동안에는 지속적으로 수많은 갈등이 발생한다. 배우자에 대한 불만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부부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불만(갈등)의 유무가 아니라 그것의 표현 방식이다.

유난히 짜증 나고 힘든 하루를 보낸 여러분은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로 귀가했다.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싶은 생각에 배우자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배우자의 반응이 나를 더 지치게 한다. 듣는 둥 마는 둥 내 이야기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 모습에 쌓여있던 불만이 밖으로 나온다.

만약 여러분에게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불만을 표현하겠는가? 처음부터 내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다면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본인 생각이다. 배우자도 어떤 이유에서든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일 수 있다.

불만을 ‘비난하기’로 표현할 경우 배우자에게 좋은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비난은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단계가 높아질수록 배우자의 반응 강도역시 높아진다.

1단계는 배우자의 ‘행동’ 비난이다. “내 말을 듣고 있는 거야?”, “안 들려?” 눈에 보이는 배우자의 행동을 비난한다. 비난이 1단계에서 멈춘다면 심각한 다툼이 발생하지 않지만, 다음 단계로 이어지면 부부 갈등은 커진다.

2단계는 배우자의 ‘인격’ 비난이다. “당신은 항상 이런 식이지. 다른 사람이 죽는지 사는지 관심도 없지?” 불필요한 단어(항상, 늘, 전혀 등)를 사용하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하며 배우자를 비난한다.

3단계는 배우자와의 ‘관계’ 비난이다. “이럴거면 뭐하러 같이 사냐? 차라리 각자 사는게 더 편하겠다. 안 그래?” 이 단계에서는 관계를 위협하거나 깨질 수 있다고 협박한다.

4단계는 배우자의 ‘존재’ 비난이다. “당신 같은 사람하고 대화하려고 한 내가 바보지. 당신이 이러니까 집구석이 이 모양인 거야! 뭘 잘했다고 쳐다봐!” 문제의 모든 책임을 배우자에게 전가하고 인격 모독, 경멸 등 언어폭력을 동반한 비난을 한다. 심지어 신체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배우자에게 불만을 비난으로 표현하면 나에게 돌아오는 것 또한 비난일 수밖에 없다. 부부 아포리아(난관)에서 벗어나려면 불만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

부부 사이에 불만이 생기는 이유는 배우자에 대한 자신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힘들어하는 나를 위로해주었으면, 아침 식사를 챙겨주었으면, 나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등 배우자가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불만이 쌓인다. 하지만 이것을 비난으로 표현하면 배우자는 나의 기대가 무엇인지 알 수조차 없고 다툼이 발생한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기대)을 배우자가 정확하게 알린다면 다툼이 아닌 다른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불만을 표현하는 건강한 방식은 배우자에 대한 나의 기대를 정중하게 ‘요청’하는 것이다.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은데 잠깐 들어줄 수 있어?”, “너무 피곤해서 그러는데 오늘 설거지는 당신이 해주었으면 좋겠어. 괜찮아?”,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먼저 자도 될까?”

요청은 상대방 의사를 묻는 것이다. 내 생각만 요구하는 강요와 다르다. 정중한 요청은 상대가 거절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부부가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는 의미이다.

서로 다른 삶을 살던 두 사람이 함께 살면서 불만이 없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리고 배우자가 나의 모든 기대에 부응하기를 바라는 것도 무리다. 행복한 부부 관계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배우자에게 나의 기대를 정확하게 알리고 배우자의 생각을 경청하는 것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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