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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

                            /김추인

봄바람 살랑 불어야 우린 살이 올라요

몸피가 씻길 때

처음으로 차그락 차그락 소리를 내요

칼을 맞고서야 숨겼던 살맛 실토하고

뼈의 방패 막 속 꽁꽁 숨긴

혓바닥 하나

뜨거운 불 맛을 보고서야 입을 열어요

 

 

김추인 시인이 “봄바람 살랑 불어야 우린 살이 올라요”라고 노래한 것처럼 ‘바지락’은 역시 봄이 제철이다. 봄에 바지락은 살이 두툼하게 올랐으나 입이 굳게 닫혀 있어 속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깨끗한 윤기가 돌고, 껍데기가 더 단단해져 “몸피가 씻길 때 / 처음으로 차그락 차그락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만큼 건강하고 싱싱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시인은 그 작고 흔한 ‘바지락’에서 죽음과 맞닿은 생명의 황홀을 발견한다. 마치 벚꽃의 3일처럼, 바지락도 죽음에 직면하기 직전에 왕성한 생명을 쏟아내는 것이다. 물론 벚나무가 생래적 현상임에 비해 ‘바지락’은 외부 충격에 의한 물리 현상이라는 점에서 다르지만, 양자 모두 삶과 죽음의 동시성을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 선상에 놓인다./박성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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