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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지처럼… 자연목 결마다 인간의 순수성 새기다

이 상 근 목조작가·㈔한국미술협회 道 부지회장

고교 졸업후 나무조각의 길 들어서

동양철학 ‘연리지’ 현상 모티브로 삼아
인간 관계의 본질 회복시키는 작품 열중
억만 겹 시간·공간서 만남의 소중함 표현

2008년부터 개인전 시작으로 다수 활동
2018년 혁신리더 문화예술부문 대상 수상

12일부터 코엑스서 나무조각 전시 준비
늘 생애 ‘마지막 전시’ 여기고 최선 다해

“미술가는 항상 순수성 간직하며 지내야”

 

 

 

“제 작품 속에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 소중한 관계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하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습니다.”

이상근 작가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연리지’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섭리를 인간질서에 접목시키고자 했던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연리지의 자연현상을 작업 모티브로 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 작가는 “최근 가족 간의 관계, 남녀 간의 관계, 타인간의 관계, 인종간의 관계 등 인간관계의 본질을 회복시키기 위한 작품 창작에 열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소나무에 연리지를 표현한 작품에 대해 큰 애착을 보이는 이 작가는 “나무 자체에서 일어나는 연리지의 형상을 나무 원목 자체로 조각함으로써 본질을 지키고자 했다”면서 “소중한 관계는 지속되기를 바라고, 맺지 못한 관계는 이뤄지기를 소망하는 주술적 의미가 더해진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작품 속 연리지는 흑단나무(아프리카)와 자작나무(유럽 등 백인문화권), 소나무(황인문화권)가 손을 맞잡은 듯한 형상으로 인간관계의 공존성을 표현했다.

 

 

 

 

그리고 배경의 네모형상들은 우주의 광대한 공간을 표현하고, 하나하나 쌓여 가는 시간들을 그려냈다.

이 작가는 “억 만 겹의 시간과 광대한 공간에서 이뤄진 서로의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부분들이 작은 틀 속에 우주와 시간을 표현하고 있는 이 작가의 독창성에 대해 남다르다는 평이 쏟아지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깊은 사유를 통해 자연과 사물의 생성과 소멸, 허와 실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현상들을 간파한 그는 나무를 인위적으로 끼워 맞추거나 덧붙여서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

이상근 작가는 주로 병들고 불에 탔거나 노화로 고사한 느티나무를 작품 재료로 사용하지만 구태여 나무를 끼워 맞추거나 덧붙이지 않는다.

직접 만든 수십 종류의 칼과 끌로 나이테와 나뭇결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자연목에 내재된 본질을 작품으로 나무에 새로운 테를 도출하는 것이다.

수공의 힘이 깃든 그의 작품은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자 했던 한 작가의 필사적인 몸부림이다.

화성 봉담 출생인 이 작가는 국제대학교 보육미술과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미술협회 경기도 부지회장을 맡고 있다.

이 작가는 지난 2008년부터 개인전 ‘나무가 나무로서 나무만 의전(2017년, 경인미술관)’과 ‘봄날의 정원전(2018년)’ 그리고 ‘인사동 김월수가 만난 화가전(미술세계)’, ‘빚그늘 초대전(마루갤러리)’, ‘M 갤러리 기획 초대전(2019년)’ 등 다수의 전시 활동을 왕성하게 해오고 있는 중이다.

‘나무가, 나무로서, 나무만의’ 2번째 개인전에 선보인 ‘허무자연-배’, ‘허무자연-대문’, ‘허무자연-수레바퀴’, ‘대륙으로’ 등의 독창적인 조각품은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다시점(多視點) 방식으로 시각적 전환을 꾀하며 추상성을 극대화했다.

게다가 자신만의 기법과 오브제로 물질문명 사회에 유무상생의 조화, 자연의 순환, 채움과 비움의 철학적 메시지를 전하며 미학적 완성도를 높임으로써 평론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을 멈추지 않는다는 이 작가는 오는 12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코엑스 1층에서 나무조각 전시를 준비 중이다.

이 작가는 “나무조각 하나를 완성하는 것은 타인의 언어를 삭이고, 자신의 언어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다”라며 “자신의 언어를 표현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언어를 이해하는 대중들이 작가의 감정을 백분지 일이라도 알아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속내를 전했다.

특히 고교 졸업 후 나무조각의 길에 들어섰다는 이 작가는 늘 생애 마지막 전시가 될지도 모른다는 자세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년을 살고 만년을 이어가는 나무의 매력에 흠뻑 빠진 이 작가는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깨달아 간다면 좋을 것 같다”면서 “그리고 나무가 전하는 따스함은 나무조각을 하는 또 다른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나무와의 만남은 우연적 필연이라고 전하는 이 작가는 “미술을 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순수성’을 잃어 버려서는 안 된다”며 “순수성 위에 만들어진 창의성이야 말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근간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작가의 작품은 그래서 ‘동화책’을 읽어 나가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옛날의 고전을 전해 듣는 듯한 느낌과 고대 이야기를 접하는 것 같은 나무조각 하나 하나의 작품 속에 담겨져 있는 숨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도 이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방법일 듯 하다.

이 작가는 2018년 한국을 이끄는 혁신리더 문화예술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미지로 이야기하는 이상근 작가는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인 설명 없이 본인의 예술세계로 사람들을 초대한다. 독특한 문양의 나무 조각이 알 듯 말 듯 어려워 보이긴 했지만, 인터뷰 말미엔 그의 작품을 이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이상근 작가의 다음 작품을 마주할 땐 어리석은 질문 따윈 하나도 필요하지 않을 듯싶다. /화성=최순철기자 so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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