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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마른 잎’은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1987년 6월 9일 한 젊은이가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백주대낮에 피투성이가 된다. 이날 연세대에서 열린 ‘6·10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후 가두 시위 도중 일어난 비극이다. 7월 5일 만 스무살의 나이로 그는 ‘불귀의 객(不歸之客)’이 된다. 고(故) 이한열 열사 이야기다. 당시 대학동기인 이종창에 의해 부축당한 채 피를 흘리는 사진이 뉴욕 타임스 등에 실리면서 전두환 군부독재의 폭압과 잔인함이 세상에 알려진다. 이보다 앞서 1월에 발생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함께 국민의 분노를 일으켜 6월 항쟁의 신호탄이 된다. 장례식은 7월 9일 ‘민주국민장’으로 치러진다. 젊은 영혼은 160여만 추모객의 오열 속에 연세대학교~신촌로터리~서울시청을 거쳐 빛고을 광주 5·18묘역에 묻힌다.

‘서럽다 뉘 말 하는가 흐르는 강물을/꿈이라 뉘 말 하는가 되살아오는 세월을/가슴에 맺힌 한들이 일어나 하늘을 보네/빛나는 그 눈속에 순결한 눈물 흐르네/가네 가네 서러운 넋들이 가네/가네 가네 한많은 세월이 가네/마른잎 다시 살아나 푸르른 하늘을 보네/마른잎 다시 살아나 이 강산은 푸르러.’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이한열 추모곡이다. 그해 여름 이후 젊은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가슴에서 가슴으로 들불처럼 번진 노래다. 선동적이지 않으면서 비장함이 묻어나는, 그래서 민주주의를 더욱 갈망하게 만든 곡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마른 잎’은 자신의 육신으로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대신 민주주의의 싹을 대지에 뿌렸다.

32년 전 오늘을 있게 한 그를 추억하며 이제는 ‘586’이라 불리는 ‘소위 386세대’를 주목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특히 시대와 함께 어둠을 넘어 자신의 방식으로 꾸준히 6월을 계승발전하고 있는 대부분과 달리 정치 언저리에서 머물러 있는 그들 말이다. 30여년 전 사상을 무기로 여전히 국민을 위한다며 자기도취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또 ‘그 시절 너희들은 무엇을 했는가’를 ‘전가의 보도(傳家之寶刀)’로 착각하는 건 아닌지도. 게다가 대통령의 입이라 불리는 누구는 지난 2017년부터 현충일 추념사에 ‘애국에는 보수와 진보가 없다’를 반복해 사용하고 있다. 세계관이 30여년 전 그 시절에 멈춘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멈췄다고 생각되면 내려와야 한다. 권력에 가깝다면 더욱. 그것이 애국이다. ‘마른 잎’이 다시 살아난다면 어떤 생각일까. 한열이 보기 부끄럽지 않은가,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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