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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시인의 밥

시인의 밥

                                /김영자

(……)

시인에게는 설익지 않았던 완전한 밥이여

그 밥사발 밑둥에 드리운

몇 뼘의 그늘을 나는 왜 보는가

지하 어둠에서 부서졌던 뼈와 뼈 사이의

살 마르던 고통의 날개 아직 서리고 있는가

햇살 맑은 봄날 오후, 시를 읽으며

멋진 세상이 나타난다고 좋아 했던

시인의 선글라스를 내가 쓰고

막걸리 잔에 섞이고 있는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읽는다 시인의 웃음을 듣는다

봄의 직선이 내 등 뒤에서 지금 막 살아나는 중이다.

- 시집 ‘호랑이가시나무는 모항에서 새끼를 친다’ / 2019·파란

 

 

시인에게도 밥은 필요 했겠구나, 한 시인이 다른 시인의 밥에 대하여 생각했다는 것이 새로운 시의 출발이었구나 생각이 든다. 이 시는 김영자 시인이 천상병 시인의 시 ‘막걸리’를 마시고 취해서 쓴 시인지도 모른다. 시대의 어둠을 지하 고문실에서 고스란히 마셨을 시인의 밥을 들여다보며 어쩌면 ‘시인의 밥’은 설익은 듯 설익지 않아 그 만의 ‘완전한 밥’이 되었는지 모른다. 시라는 수식어가 붙은 사람 ‘시인’(詩人)이나 아무런 수식어 붙지 않는 그냥 ‘사람’(人)이나 밥의 경로는 마치 교향곡의 음계(音階) 같은 것. 어느 활자위에서든지, 혹은 어느 밥상에서든지 뼈와 뼈사이에 울리던 베이스 첼로의 흐느끼는 웃음, 그것이 시인의 밥이 되었다는 것을 이 시에서 다시금 발견하게 된다./김윤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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